[사회] IMF한파 '초보신드롬'
기사입력 1998년 03월 08일 15시 16분
대량실업 사태로 재취업 현장에서는 새로운 얼굴이 늘었고 봄을 맞은 대학가는 신입생들로 생기가 넘친다.
또 전국의 경찰서에는 IMF시대를 맞은 선량한 시민들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하루 아침에 범죄자로 전락하는 `초보 범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 대학 신입생들이 선배가 따라주는 `사발주'에 곤욕을 치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초보 술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초보자들의 일처리가 서툴다 보니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화이트칼라 퇴직자들이 주로 몰리는 택시업계는 초보 택시기사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택시회사는 늘어난 `신참'들로 인력난을 덜었지만 회사업무는 마비될 지경이다.
책상머리에 앉아만 있던 신참들은 운전기술이 떨어지고 길눈마저 어두워 30분이면 족한 거리를 1시간이나 걸리기 일쑤고, 그것도 손님들의 `안내'를 받으며 운전하는 탓에 거의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승객들과 다툼이 잦아 택시회사가 밀집한 서울 도봉경찰서에는 최근 1개월 동안 승객과 불화를 일으킨 운전사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노련한 운전사들이면 쉽게 해결할 문제를 자존심이 강한 초보 기사들은 감정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초보 신드롬'은 범죄현장에서 극치를 이룬다.
지난 1월15일 분유값 마련을 위해 고철을 훔친 어느 가장, 지난달 27일 카드빚을 갚기 위해 서울 상도동 마을금고를 털다 경찰에 붙잡힌 김모씨.
한결같이 전과가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해 준다.
그러나 일부 유흥업소에서는 `초보 호스티스'들로 웃지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접대하는 방법을 모르다보니 나중에는 손님들로 부터 "우리가 접대를 해야 되느냐"며 퇴짜를 맞는 것이다.
서울 강남에 있는 D룸살롱의 김모 마담은 "지난주에 제발로 찾아온 한 아가씨를 룸에 넣었다가 단골손님에게 혼쭐이 났다"며 "폭탄주를 몇잔 마시고 그대로 곯아떨어져 분위기가 깨졌다고 항의하는 바람에 술값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