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타이틀 양보 못한다' 자존심 대결 치열
기사입력 1998년 03월 08일 15시 16분
축구 열기 못지 않게 한-일간 바둑 자존심 대결이 치열하다.
일본 서열 1위 기전인 기성전의 패권을 놓고 조치훈 9단과 요다 9단이 팽팽한 접전을 펼치고 있는가 하면, 한국에선 유창혁 9단과 왕리청 9단이 LG배 세계기왕전 우승을 다투고 있는 것.
이 두 타이틀전은 당초 일방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혼전을 벌이면서 바둑 애호가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본 기성전의 경우, `7번기 대결'에서 압도적인 승률을 보이고 있는 조 9단이 초반 3연승을 하며 기성전 3년 연속 패권을 무난히 차지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전형적인 `사무라이 기사' 요다 9단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요다 9단은 4국과 5국에서 내리 불계승을 이끌어 내며 조치훈 9단의 발목을 끈질기게 붙잡고 있다.
더욱이 제6국은 요다 9단의 흑번.
지금까지 양 기사의 대결에서 흑을 잡은 쪽의 승률(조 9단 75%, 요다 9단 66.66%)이 월등히 높았다.
또 요다 9단이 3대 기전의 결승전에 처음 올랐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고 있어 승부를 점치기란 쉽지 않다.
유창혁 9단과 왕리청 9단의 LG배 세계기왕전 역시 멋진 승부를 선사하고 있다.
양 기사의 기풍이 모두 `지키는 바둑'보다는 `화끈하게 싸우는 바둑'이라 바둑 팬들의 입장에서는 더없이 재미난 바둑이 되고 있다.
유 9단은 1국에서 세계 최고의 공격수다운 화려한 행마로 왕 9단을 가볍게 제압했지만, 2국에서는 왕 9단의 강펀치에 KO패 당해 승부는 제자리걸음.
왕 9단은 최근 인터뷰에서 유 9단을 `람보'로 부르며, 정확한 수읽기와 강력한 파워는 세계 최강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절대 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좋은 승부를 남겨 후회없는 바둑을 두고 싶다"라고 강한 승부 근성을 보이고 있다.
작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유 9단은 이번 만큼은 절대 양보할수 없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어 제3국은 그야말로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일본 기성전은 오는 11∼12일(6국)과 18∼19일(7국)이며, LG배 기왕전은 오는 18일(3국), 20일(4국)에 열린다.
[나성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