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S.E.S] '하루아침에 얻은 인기 아니예요'
기사입력 1998년 03월 08일 15시 16분
3인조 그룹 `S.E.S'. 봄나물이다. 봄바다, 그 포구의 아지랑이다. 송사리떼의 언어가 싱그러운 개여울이다. 아니다. 지중해에서 바닷바람에 실려 온 몇묶음의 수선화다.
` S.E.S'. `슈(Shoo)' 유진(Eugene) 바다(Sea)의 이니셜을 땄다.
슈(18)와 유진(18)은 K.F.S(한국외국인학교) 10학년, 11학년생.
바다(최성희．19)는 단국대 영극영화과 1년.
S.E.S는 지난해 11월28일 타이틀곡 `아임 유어 걸( I'm Your Girl)'로 데뷔. 3개월 남짓 만에 `인기 그룹'으로 수직 상승중.
`하루 아침에 눈떠 보니 스타'가 돼 있었다. 앨범만도 이미 50만장 넘게 팔렸다.
인기비결은? 인터넷에 뜬 팬들의 반응이 그 답.
`뭣 보다 학생답다. 수수한 옷차림이 좋다' `멜로디가 편안하다. 정겹다' 등.
팬층은 중－고생이 주류. 다음이 군인, 직장인 순.
그러나, 어쩌다 `날라리(?)형'이나 `따분형' 옷을 걸쳤다 하면 거부감 또한 적지 않다. `그게 뭐냐? 학생들이…' `너무 칙칙하다. 좀 산뜻한 걸로 입어라'.
`아임 유어 걸'은 멜로디 위주의 음악. R&B에 오버 드라이브 기타와 어쿠스틱 기타를 보탰다.
"`아임 유어 걸'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의, 따뜻한 얘기다."
이외 삼바리듬이 씹히는 `완전한 이유', 팝발라드풍의 `오늘이 지나면' 등도 반응이 좋다.
S.E.S. 이들은 `하루 아침에 눈떠 보니 스타'라는 말엔 수긍치 않는다.
"셋은 1년전 S.M 엔터테인먼트의 주선으로 만났다. 1년간 죽자사자 음을 맞췄다. 대입수능시험 공부하듯…. 음을 맞춘다는 건, 단순조합이 아니라 복합조합이다. 세가지 개성의, 깊이있는 조화를 이루려 했다."
이들은 심심찮게 듣고 있는 `숲의 님프(요정)'란 극찬(?)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노래를 잘한다. 게다가 예쁘기까지 하다'는 소릴, 듣고 싶다.
이들은 보컬과 댄싱을 모두 구사한다.
셋중 바다는 잘 웃긴다. 셋이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타잔 딸'같은 기이한 소릴 낸다. "이∼오, 이오…."
그리고 `만득이 시리즈'나 `썰렁한 얘기'도 곧잘한다.
바다. 본명 최성희. 1m64, 47kg. 부천 태생. 도창초등학교－소래중－안양예고 연극영화과 졸업.
소래포구를 보며 자랐다. 늘상 `바다의 고향시'에 함몰하며 살았다. 별명 `바다'도 그래서 본명보다 친근하다.
뮤지컬 스타가 꿈이다. 동국대 연극제에 `코카서스의 백묵원(브레히트 원작)'으로 이미 무대도 기웃댔다.
아버지에게서 판소리도 배웠다. 허스키하면서도 맑은 목소리. 음폭의 높낮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슈. 1m60, 44kg. 일본 가나가와현 태생. 일본말을 일본인 찜쪄먹게 한다. 봄비보다 더욱 촉촉이 젖어드는 목소리. 감미롭다. 본디 가수가 꿈.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을 퍽이나 좋아했다. 지금도 `김건모 오빠'는 미래상(未來像)이다.
유진. 1m60, 45kg. 본명 김유진. 서울 태생. 괌의 J.F 케네디 고교 1학년 수료. 독실한 크리스천. 피아노 연주도 수준급.
가수, 모델, 탤런트 모두에 관심이 많다. 초등학교때부터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는 두루 꿰었다.
상큼한 인상만큼이나 맑고 깨끗한 음색을 가졌다.
"언젠가는 인테리어나 패션 디자이너를 꼭 한번 해보고 싶다."
S.E.S. 활발하고 밝은 건 이들의 공통분모. 그러나 나름의 개성은 물론 있다.
바다는 여성적이지만 털털하다. 타협할 줄 모르는 고집불통이기도 하다. 슈는 활달하다. 개구쟁이 기질이 적지 않다.
유진은 솔직담백하다. 군더더기는 질색. 예스와 노가 분명하다.
바다는 미국의 토니 블랙스턴을 좋아한다. 그 강한 떨림의 음색이 진저리를 칠만큼 인상적이다. 슈는 일본의 아무르나미, 그 평범한 창법을 사랑한다.
유는 미국의 머라이어 캐리, 그리고 특히 흑인가수 베이비 페이스를 사랑한다.
슈는 농구 축구 수영 등 운동은 만능. 바다는 책벌레.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늘상 가슴에 녹아 내린다.
S.E.S. 이들은 요즘 후속곡 `오 마이 러브'를 준비중이다.
"이 봄날에, 나른한 한나절, 어느 산등성이에 피어있는, 꽃그늘에서 늘어지게 잠이라도 자봤으면…."
[서병욱(부국장대우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