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출판계를살리자] (4)도서 할인점 대여점 난립
기사입력 1998년 03월 08일 15시 16분
출판인들은 출판 공황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도서 할인점과 도서 대여점의 난립을 든다.
독자에게 책을 싸게 공급하고 빌려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출판인들이 할인점과 대여점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유가 있다. 할인점이 난립할수록 도서 정가제가 바닥부터 붕괴되고 유통구조 자체를 뒤흔들기 때문이다.
출판인들은 단행본 출판시장을 안정시키고 성장시킨 일등공신으로 도서 정가제를 든다. 정가제가 자리잡으면서 출판사와 서점들은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가제가 무너지면서 서점들은 제살깎아먹기식의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소규모 영세 서점들은 경쟁에서 패배,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개미 군단같은 소매 서점들의 폐업은 출판사와 도매상의 경영까지 압박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최종 피해자는 결국 독자가 된다.
일부 소매상들은 할인점의 공세에 시달리다 못해 학습참고서 등 몇몇 종에 한해 할인 판매에 동참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서울 강남의 한 지역 서적상조합은 최근 할인 판매를 하기로 뜻을 모은 상태다. 고육지책인 것이다.
이마트 킴스클럽 등도 점내에 도서 할인점을 운영, 인근 영세 서점을 불안하게 하고 있으며, 교보문고 종로서적 등 서점들도 상설할인매장을 운영하거나 수시로 할인 코너를 열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출판사가 직접 나서 광고까지 해가며 할인해 주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도서 정가제가 무너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독자에게 돌아온다. 출판사들이 할인될 것을 예상, 처음부터 책값을 높게 책정하여 책값 인상을 부채질하게 되는 것이다.
도서 대여점 역시 순기능에도 불구, 출판 불황의 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
최근 문체부가 한국출판연구소에 의뢰해 발표한 `도서 대여점 실태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국 도서 대여점의 1년 매출액은 최소 2천766억원에서 최대 3천815억원. 출판사와 서점 입장에서 보면 이 매출액은 `빼앗긴 내 입의 떡'이다.
대부분 대여점들이 베스트셀러 잡지 만화 무협소설 등 교양과 지식을 함양시켜 주는 책과는 거리가 먼 도서를 비치하고 있다는 현실도 역기능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