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분단시대(3)
기사입력 1998년 03월 06일 15시 18분
같은 사파리에 살아도 암컷은 수컷과 달리 정치적으로 자유롭다.
특정 정파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패거리 생활을 하는 사자의 속성으로 볼 때 `무소속' 수사자는 암컷과 먹이 배분 등에서 엄청난 불이익을 받지만 암컷만큼은 철저히 `열외'다.
백수의 왕이라는 사자도 암컷에 대해서는 생김새와 달리 매우 관대한 편이다.
암사자는 가끔 수사자에게 앙탈을 부리거나 손톱으로 쿡쿡 찌르기도 한다.
만약 다른 수사자가 그런 짓을 했다면 앞뒤 잴 것 없이 싸움이 벌어지겠지만 암수의 관계는 그렇지 않다.
수사자는 파워와 덩치에서 암컷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엄청나기 때문에 수사자가 마음먹고 암컷의 뺨을 친다면 목뼈가 부러지게 된다.
그러나 수사자는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암컷을 때리는 일이 거의 없다.
물론 야생에서의 이야기지만 암컷은 먹이를 사냥해오고 성욕을 만족시켜주는 소중한 존재인 까닭이다.
사파리에서는 먹이 문제가 해결되므로 암컷은 오직 짝짓기 상대라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엄청난 우대를 받고 산다.
암사자는 사파리의 최고 실력자인 `라이온킹'의 얼굴을 할퀴고도 보복을 당하지 않는 유일한 존재인 셈이다.
사파리가 남북으로 갈라서 `바우파'와 `킹파'가 살벌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암컷들은 두 조직을 오가며 자유롭게 살았다.
이런 상황인 만큼 발정기를 맞은 암사자들은 바우와 킹 어느쪽이든 마음에 드는 상대를 골라 씨를 받았다.
바우와 킹 모두 이런 상황에 익숙지 못한 데다 암컷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어쩌다 한번 데이트를 하는 것만도 감지덕지할 뿐이었다.
한자 가운데 `정(鼎)'자는 세발 달린 솥으로 가장 안정된 것을 상징한다.
그러나 남녀 관계든, 암수관계든 셋은 가장 불안정하게 된다.
오죽하면 `삼각관계'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동물은 사람과 달리 욕심이 없다.
배부른 사자 곁에 얼룩말이 한가롭게 노는 것도 이같은 생리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컷 문제는 다르다.
암컷 독점은 제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것이다.
바우와 킹 모두 삼각관계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