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용] 월드컵호 새희망
기사입력 1998년 03월 05일 14시 53분
군계일학（群鷄一鶴）. `작은 거인' 최성용（崔成勇．23．상무）이 한국 월드컵축구팀의 자존심으로 떠올랐다.
숙명의 `3．1절 한－일전' 참패. 그리고 중국전서의 답답한 승리.
근래없이 험난한 항해를 하고 있는 월드컵축구팀이 `한국타도'의 함성으로 가득찬 일본에서 그나마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데는 최성용의 눈부신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일전서 오른쪽 윙백을 맡아 맹활약을 펼쳤던 최성용은 4일 중국과의 제4회 다이너스티컵 2차전서는 전반 39분 마라도나를 연상케하는 다이내믹한 드리블로 동점골을 터트려 일본 축구팬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선수 대부분이 극심한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가운데 최성용의 파워 넘치는 오버래핑과 호쾌한 수비력은 거듭된 `졸전'에 화가 난 축구팬들의 마음을 달래는 청량제가 되고 있다.
당초 수비강화를 위해 스태미나가 좋은 최성용을 한－일전에 투입했던 차범근 감독은 중국과의 2차전서는 최성용에게 왼쪽 측면공격을 도맡기다시피해 그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였다.
특히 중국전에서 최성용이 고종수의 패스를 받아 왼쪽 터치라인을 파고들다 급회전으로 수비수를 따돌리고 왼쪽 골지역 모서리서 반대편으로 정확히 내지른 슈팅은 `다이너스티컵의 골'로 손색이 없다는게 이곳의 평가다.
이날 결승골을 포함해 2게임 연속골을 넣은 이상윤（29）보다도 오히려 최성용이 돋보이는 것은 단신（1m73）임에도 100m 11초대의 빠른 발과 지칠줄 모르는 체력, 그리고 끈질긴 승부근성 때문이다.
한국팀은 다이너스티컵 2경기를 통해 작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쌓은 명성을 대부분 잃었지만 최성용은 정반대로 이름값을 크게 올렸다.
때문에 그에 대한 일본프로축구 J리그팀들의 `구애'도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성용은 "한국축구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걸 보여주고 싶었다. 일본전의 치욕은 오는 4월1일 잠실서 반드시 갚아주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요코하마(일본)=김동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