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차감독의 커다란 착각
기사입력 1998년 03월 05일 14시 53분
월드컵축구팀의 차범근 감독은 요즘 커다란 착각을 하고있는 것 같다.
국가대표팀의 사령탑을 마치 마을조기회 코치쯤으로 생각하고 있지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일본서 제4회 다이너스티컵을 취재중인 한국기자들은 4일 중국과의 2차전이 끝난뒤 `3．1절 한－일전' 이후 또한번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날 경기후 있은 기자회견서 차감독이 보인 모습은 한국기자들로 하여금 면구스러움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차감독은 뻔한 사실에 대해서도 인정하기를 거부했고, 거북한 질문은 단답형으로 자르거나 대답을 피했다.
일본전에 이어 중국전까지 똑같이 헤딩슛으로 연달아 3골을 잃은데 대해서도 "공교롭게 그렇게 됐다"거나 "경기를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맞받았다.
미드필드와 공격진의 실책을 지적하는 질문에 대해선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태연자약하게 말해 기자들을 황당하게 했다.
"중국팀에 대한 인상을 말해달라"는 요청에 일본전때와 똑같이 "그쪽에 대해선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한 것도 성실한 답변태도는 아니었다.
한마디로 차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을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마 한－일전 패배에 따른 축구팬들과 언론의 따가운 질책에 화가 났던 모양이다.
물론 개중에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있었고, 그로선 이것저것 다 팽개치고픈 마음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감독이 어떤 자린가.
외국에 나오면 한 나라의 얼굴이다. 어쩌면 그나라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는 국가원수보다도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모인 기자들은 국내외를 합쳐 120여명. 일본 중국 홍콩은 물론 심지어 본선상대팀인 벨기에 멕시코 네덜란드의 기자들까지 다 모였다.
그들이 차감독의 답변태도를 보고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잘못이 있으면 솔직히 인정하고 성의있게 답변하는 것이 국가대표 감독으로서의 자세다.
차감독에게는 가뜩이나 인간적인 결함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소한 실수가 눈덩이같은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차감독은 다이너스티컵을 통해 경기에서도, 매너에서도 모두 축구팬들을 실망시켰다.
[김동국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