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비화X파일] (3)가짜부장검사
기사입력 1998년 03월 05일 14시 53분
대구광역시 수성구 범어동의 한 2층 양옥집. 거실 탁자를 마주한 김성철과 박승숙은 긴급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박승숙의 종이모（從姨母）인 박영희 등에게 경락허가결정서를 위조해 넘겨줬지만 큰 돈을 수차례에 걸쳐 나눠 받아야하는 것이니만큼 중간에라도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는 이들을 안심시킬 만한 연극을 할 필요가 있었던 것.
아이디어맨 김성철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부산에 출장간 척 한 뒤, 경매 관련해서 할 말이 있다고 나오라고 하는 거야. 부산지검 근처에서 만나 해운대 근처 호텔로 이동해 우리가 묵는 방으로 유인하는 거지. 호텔방에는 후배 검사가 보낸 것처럼 화환을 하나 갖다 놓는 거야. 검사가 보낸 환영 리본을 보고 나면 내 끗발이 얼마나 좋은 지 믿지 않을 수 없을 거야."
두사람의 생각은 적중했다. 각본대로 하자 피해자들은 제아무리 무리한 요구라도 들어줄만큼 이들을 맹신하게 됐다.
김성철은 이 점을 십분 활용했다. 피해자들에게 부동산 구입비를 무통장 입금하면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며 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통장을 만든 뒤, 도장과 비밀번호를 통째로 건네줄 것을 요구한 것.
박영희 등은 김성철의 요구대로 돈을 모두 입금했는데도 아무런 연락이 없자 부랴부랴 상황 파악에 나섰다. 자신들이 경락받은 것으로 알고 있던 물건이 전혀 엉뚱한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서둘러 경찰에 피해신고를 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
10여명을 대상으로 15억여원을 갈취한 뒤, 김성철은 이미 광주로 향하고 있었다.
김성철은 그러나 대구에서 내연관계를 맺은 한 여인에 의해 자신의 긴 범죄행각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이 여자는 김성철이 자신을 버린데 앙심을 품고 있던 차에 김성철에게 빌려준 통장에 수천만원의 돈이 입금돼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이를 지불정지시켜버린 것.
은행에서 돈을 빼려다 지불정지 소식을 들은 김성철은 이 여자를 불러냈다가 몰래 이 여자를 미행한 경찰에게 덜미를 잡혔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