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분단시대(2)
기사입력 1998년 03월 05일 14시 53분
`줄서기'는 예상보다 빨리 이뤄지고, 또 끝났다.
미국에서 건너올 때 공항 검역소에서부터 안면을 튼 장쇠와 칭기즈칸은 북쪽에 붙었고, 부산에서 올라온 성칠이는 남쪽에 남았다.
남쪽에는 바우와 시저, 성칠 등 3마리로 `바우파'를 결성했고, 북쪽에서는 킹과 까미, 장쇠와 칭기즈칸 4마리가 `킹파'를 구축한 것이다. 첨단무기가 동원되는 현대전이 아닌 재래식 전투, 그것도 가장 원시적인 사자들의 전쟁에서 `머릿수'는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런 점에서 남쪽의 `바우파'는 처음부터 칼날을 쥐고 싸움을 시작한 꼴이 됐다.
다만 한가지 `플러스 알파'가 된다면 바우가 1대1 맞대결에서 아직까지는 진 적이 없는 무패의 사나이라는 점이었다.
간이방사장에서 바우에게 얻어맞아 감정이 조금은 남아 있던 성칠이 바우파에 합류한 것도 보스인 바우의 실력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성칠도 예선전에서 워낙 강한 바우와 붙는 바람에 탈락했지 웬만한 상대 하나 둘쯤은 너끈히 해치울 수 있는 전투력을 갖춘 데다 잔인한 성격까지 있는 파이터였다.
또 바우파에서 가장 약한 것으로 분류되는 시저도 암컷을 지나치게 밝히는 게 흠이지만 전쟁이 벌어지면 제몫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멤버였다.
분단이 고착화 된 뒤 북쪽의 `킹파'가 선뜻 남침을 하지 못한 것도 이같은 까닭이었다.
처음에는 철통같던 사육사들의 경계근무가 시간이 지날수록 느슨해졌지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도 3대4라는 수적 불균형에 관계없이 남북의 전력이 엇비슷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머니 속의 송곳은 언젠가 삐져나오게 마련인 법.
성냥불 하나만 들이대도 곧 폭발할 것 같은 긴장 속에 대치하던 바우파와 킹파는 결국 전면전에 들어갔다.
`불씨'는 사파리 최대 이권인 암컷이었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