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고교생들 몰려 '물가 싸 부담적다'
기사입력 1998년 03월 04일 15시 13분
대학가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주말도 따로 없고, 연령층도 따로 없다.
늘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서울의 신촌이나 성신여대 주변은 물론 경희대나 고려대 근처도 연일 떠들썩하다.
이는 IMF시대 개막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풍경으로 대학가의 물가가 싸다는 이점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게 증가한 부류는 고교생들이다.
대학가의 당구장과 노래방은 물론 심지어 구내식당과 휴게실에까지 진출해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편의점이나 커피숍, 식당 등의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싹쓸이, 대학생들의 용돈벌이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여고생 한모양(17)은 "방학을 이용해 고려대 앞의 커피숍에서 일해 용돈을 짭짤하게 모았다"면서 "개학하고 나서도 주말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부류나 30대 또한 고교생 못지않다.
이들은 대학가를 최고의 회식장소로 꼽기까지 한다.
신선한 분위기에 술과 안주값이 싸 더이상 바랄 게 없다는 것.
경희대를 졸업한 지 3년 됐다는 회사원 박선기씨(30)는 "졸업 후 이따금씩 모교를 찾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대부분의 약속을 모교 근처로 잡는다"면서 "물가가 싸다보니 부담이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반면 재학생들은 불만이다.
IMF시대인 데도 불구하고 음식값의 인하는 고사하고 자칫 오르지나 않을 지 걱정해야 할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박민호 명예기자(고려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