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를살리자] (1)대형 서적도매상 잇단 침몰
기사입력 1998년 03월 04일 15시 13분
매출액 규모 1, 2위를 자랑하던 대형 서적도매상들이 연이어 부도를 맞았다. 출판사와 서점들도 하루가 멀다하고 쓰러지고 있는 실정이다.
출판인들은 출판공황이 현실로 다가왔다며 전전긍긍이다. 묘수는 없는가. 스포츠조선은 `우리 출판계를 살리자'를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편집자 주]
~~~~~~~~~~~~~~~~~~~~~~~~~~~~~~~~~~~~~~~~~~~~~~~~~~~~~~~~~~~~~~~~~~~~~~~~~~~~~~~~~~~~~~~~~~~~~~~~~~~~~~~~~~~~~~~~~~~~~~~~~~~~~~~~~~~~~~~~~~~
`최후의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지난 2일 국내 최대의 서적도매상 보문당이 최종 부도처리되자 출판계는 "설마했는데 올 것이 왔다"며 충격에 휩쌓였다.
지난 2월 국내 두번째 규모의 도매상 송인서림이 도산한데 이어, 보문당마저 쓰러지자 출판계 전체가 공황상태에 빠져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보문당은 지난해 매출액이 500억원 규모에 이를 정도로 국내 서적도매시장의 60%를 점유해온 매머드급 도매상이었다. 거래해온 출판사와 서점만도 각각 2천여개, 2천700개에 이를 정도였다.
출판계에서는 보문당에 책판매를 위탁해온 출판사들이 2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출판사들이 대부분 영세한 수준이어서 수천만∼수억원대의 손실로 인해 연쇄부도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출판계는 또 보문당의 부도로 서점, 인쇄점, 제지업 등으로 연쇄부도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보문당과 송인 등의 대형 도매상까지 부도를 피하지 못하고 침몰하게 된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출판시장의 위축을 들 수 있다. 도매상들의 매출가운데 신간과 관련한 매출비중은 25% 정도. 그러나 최근 불황으로 단행본 출판사들의 신간발행량이 예전의 20% 수준에 그치자 도매상의 매출도 최소 30% 떨어졌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할인점과 대여점도 출판계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책 정가제를 무시한 할인점은 도매상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소규모 서점이 할인경쟁에 뛰어들지 못하고 폐업을 하게 되면 그 여파가 도매상으로 되돌아오기 때문.
대도시 소매서점들이 대형화하면서 출판사와 직거래, 물류비용 부담이 커졌을 뿐아니라 진열과 거래에서 과도한 경쟁을 빚은 것도 도매상들의 부도를 부추긴 요인가운데 하나다.
여기다 도매상들은 IMF 한파 이후 어음을 막기 위해 연 35% 이상의 이자를 무는 고통을 감수해왔다. 이같은 악순환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출판계에서는 이번 송인과 보문당의 부도를 계기로 합리적 유통구조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형 도매자본에 대한 지원이 다방면에서 이루어져 도매 마케팅을 전담시키고, 출판사들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생산과 판매를 일치시키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가 문화인프라로서 출판문화산업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것이 출판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새 정부가 더 늦기전에 출판계에 긴급자금을 융자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