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아르바이트] 맛있는 과자먹고 돈도벌고
기사입력 1998년 03월 04일 15시 13분
`과자도 먹고, 돈도 벌고.'
세상에 이런 아르바이트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정말 있다.
제과회사의 신상품 시판에 앞서 과자의 맛을 분석, 그 상품의 성공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모니터요원이다.
`신의 미각'을 가졌다는 롯데제과 모니터요원 주소영양(23．연세대 4학년)은 지난해 이 일을 시작한 이후 늘 행복감에 젖어 산다.
남자친구 보다도 더 좋은 과자를 입에 달고 살 수 있어서다.
오죽하면 `과자귀신'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을까.
시식용 과자는 보통 2∼3가지 타입이 만들어지는데 그 중 가장 훌륭한 맛을 골라낸다.
구워진 상태와 맛, 향은 물론 크래커의 경우 과자에 뚫린 구멍의 수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맛을 보여주고 그 느낌들을 모으는 일도 중요하다.
제품의 가격과 무게에서부터 상품명, 포장지 디자인, 광고, 광고모델의 선택에 이르기까지 관여하지 않는 부분이 없다.
"남자들은 아침에 눈뜨자 마자 피우는 담배가 제일 맛있다고들 하는데 저는 눈뜨자 마자 먹는 과자가 제일 맛있더라구요. 그래서 눈을 뜨면 과자부터 찾아요."
하지만 그녀에게도 싫은 게 있다.
껌이다.
일단 `껌 작업'에 들어가면 입과 관자놀이가 아프도록 씹어야 하기 때문이다.
입안에 남는 특유의 향으로 인해 맛이 쉽게 구분되지 않는 점도 스트레스다.
그녀가 `과자를 먹기 위해' 서울 양평동의 회사를 방문하는 것은 한 달에 두 번이다.
한 차례 방문 때마다 5만원씩을 받는다.
"친구들이 저만 보면 과자 달래요. 그리고 배만 고프면 제게로 몰려들구요. 특히 동생은 저 때문에 살쪘다고 난리예요."
과자를 끼고 살다보니 동심도 느낄 수 있고, 재미있는 일도 참 많단다.
그래서 그녀는 벌써부터 결혼 후에도 주부 모니터요원으로 활약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