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강만우 8단●유창혁 9단
기사입력 1998년 03월 04일 14시 14분
제10보(106∼160)＝보통 국내기전에서 부진할 경우 그런 기사들에 대해 `슬럼프'라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들어 국제기전이 많아지면서부터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즉 상금이 적은 국내기전보단 상금이 많은 국제기전에 보다 비중을 두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며, 그러다보니 국내기전에선 부진한 기사가 국제기전에선 힘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대표적인 기사가 이 판의 유 9단이다. 최근 `LG배'에서 난적 이창호 9단을 꺾고 결승에 오른 유 9단은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국내 시합에서는 기량 연마에 치중하는 것이 사실이다.그에 비해 국제 시합은 이기려고 둔다"고 했다.
혹자는 그의 그런 태도에 대해 `국내기전에 너무 소홀한 것 아니냐'고 핀잔을 줄지 모르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스타일이며 가타부타 얘기할 거리가 못된다. 이기려고 두어서 이겨가는 것 자체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밑받침되지 않고서는 한낱 공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전에서 힘을 비축해 국제 시합에서 그 힘을 폭발시킨다는 것인데, 96년 `응씨배'우승 이후 매년 국제 기전에서 1∼2번 결승에 오르는 것만 봐도 그의 기전 전략을 알 수 있을 듯.
덧붙여 유 9단은 "요즘같이 경제가 안좋은 상황에서 외국기사에게 귀중한 `달러'를 내주기 싫어서라도 열심히 둔다"며 애국심 또한 잊지 않고 있어 가슴이 찡 했다.
낙관파 기사로 유명한 유 9단이지만 백 6이 놓이자 그제서야 국면의 심각성을 느낀다. 하지만 이미 때가 늦다. 20개가 넘는 대마를 잡고서도 지는 불상사(?)를 막기위해 흑은 7 이하 뒤늦게 힘을 발휘해 보지만 한번 승세를 확보한 백의 응수는 냉정하기만 하다.
백 8이 얄미운 3．3 침입이며 18까지 간단히 귀를 파자 흑은 힘을 잃는다. 단 흑 19는 기분좋은 선수막음. 다음 흑 21 때 백 22는 기세가 지나쳤다. `가'로 받아주었으면 더욱 알기쉬웠던 것. 그러자 흑 23, 백 24로 각자 `나의 길을 가련다'의 고집 대 고집의 진행.
흑으로선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이며 59까지 최선을 다해 추격해 보지만 백 60에서 백의 우세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