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실종(3)

기사입력 1998년 03월 04일 14시 14분


카이로 한국대사관의 조남훈 영사는 김호성 대사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대사관저의 대사 집무실 안이다.

"이집트 정보국에서 보내온 자료입니다."

김호성이 서류를 읽는 동안 조남훈은 창밖의 정원을 바라보았다.

무거운 가지를 늘어뜨린 야자수 밑에 더위에 지친 이집트군 경비병이 서 있었다.

총은 나무둥지에 기대 놓았는데 대검까지 끼워져 있다. 이윽고 김호성이 머리를 들었다.

"발표 내용과 다른게 없군. 반정부단체인 아말파의 소행이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아말파는 자신들이 하지 않았다고 성명을 발표했지만 이미 이집트 정부는 그렇게 단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독일측 반응은 어때?"

조남훈이 머리를 저었다.

"다른 증거가 없으니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조남훈은 일주일 전에 일어난 룩소르 관광버스 폭파사건의 담당자인 것이다.

이집트 영내에서 일어난 폭발사건이었으나 두명의 한국인 피해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명의 시체는 확인이 되었지만 다른 한명의 여자는 아직 시체 확인이 안되었다.

김호성이 서류를 옆으로 밀어 놓았다.

"그, 아직 신원확인이 안된 여자 말인데, 이름이 뭐였더라?"

"오경미라고 25세된 회사원입니다."

"신원 확인이 안된 시체가 그여자 하나 뿐이라니. 나 원 참."

김호성이 입맛을 다셨다. 버스에 탔던 41명 전원이 폭사했는데 시체 확인이 안된것이 오경미 한명 뿐인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실종으로 잊혀 지겠지요. 그런 일이 흔하니까요."

위로하듯 조남훈이 말하자 김호성은 쓴 웃음을 지었다.

"사망 보다 실종이 더 골치 아프구만 그래. 가족들도 그럴 것이고."

대사의 집무실을 나온 조남훈이 현관옆의 대기실에 들어섰을때 소파에 앉아있던 사내가 일어섰다.

장신의 동양인 이었는데 단정한 양복 차림이다.

"조남훈 영사십니까?"

그가 묻자 조남훈이 머리를 끄덕였다. 사내는 머리가 짧고 육중한 체격이었다. 그리고 눈빛이 강하다.

"그렇습니다만."

"이번 룩소르 버스 폭발 사건때문에 왔습니다."

"한국에서 오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우선 들어오시지요."

대기실 옆에 있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 마주 앉았으나 사내는 의례 내놓아야할 명함을 내놓지 않았다.

사내가 입을 열었다.

"난 해병대위 이준석입니다. 군인은 명함 따위를 갖지 않아서."

"아, 그러십니까? 그런데."

"이번에 실종된 오경미의 약혼자가 되는 사람이지요."

조남훈이 눈을 치켜떴다. 대사나 자신이나 은근히 실종자 측에서의 독촉이나 항의가 없었던것에 안심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아, 그러셨군요. 정말 유감입니다."

"사건에 진전은 있습니까?"

다그치듯 그가 물었으므로 조남훈은 조금 불쾌했으나 정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지금 그 일 때문에 대사님과도 상의를 하고 왔습니다만 진전이 없는데요."

"현장에는 가보셨습니까?"

그러자 조남훈이 퍼뜩 시선을 들었다. 룩소르는 카이로에서 670㎞나 된다. 그리고 가서 할 일도 없다.

"여러가지 일때문에 아직…."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