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강만우 9단●유창혁 9단
기사입력 1998년 03월 03일 15시 17분
제9보(90∼106)＝전보에서 흑은 거대한 백 대마를 잡고 간단히 단명기로 끝낼 기회를 여러번 놓친 바 있다. 물론 하변 백 대마가 살 수 있다는 말이 아니라 흑이 백의 숨통을 확실히 끊지 않아, 잡히긴 했지만 아직 백 대마는 숨을 쉬며 꿈틀거리고 있다.
백 90의 석점머리에 이어 백 92로 밀어오니 국면은 생각보다 심상치 않게 흐르고 있다. 이 때가 흑으로선 마지막 기회였다. 그런데 유 9단, 아무 생각없이 무심코 흑 93으로 뻗고 만다. 결국 이 수가 결정적 패착이 되었다. 흑 93의 시간사용 기록표를 보면 아무 표시가 없다.
시간표시가 없다는 말은 `1분'안에 두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결정적 시점에서 1분도 생각하지 않고 두었다는 것은 국면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던가 아니면 수읽기 착오 중 하나다.
추측컨데 현재 유 9단은 어떤 `포만감'에 취해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래서 전보에서도 국면을 끝낼 기회를 두번이나 흘려보냈고 본보에 들어서도 흑 93의 미지근한 패착을 두고 만 것이다.
다시말해 흑은 어떻든간에 거대한 하변 백 대마만 잡으면 승리는 떼어 논 당상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으며 그것이 흑의 응수에 치밀함을 빼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백 94가 통렬한 씌움으로 결정타가 되었다. 중앙 흑말을 잡는 수는 물론 아니다. 단지 흑의 진로를 봉쇄하는 수. 100까지 중앙이 철저히 봉쇄되자 국면이 대번에 역전된 것이다.
좌변 흑 ▲는 숨한번 쉬어보지 못하고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참으로 거대하고 멋진 사석작전이 아닐 수 없다. 결론적으로 흑 93은 [참고도] 흑 1로 단수치는 것이 최선. 이젠 백 2로 씌워도 16까지 실전과 크게 다르다. A, B 뒷맛도 껄끄럽고 C의 급소도 눈에 띄어 흑의 우세는 불변이었던 것.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