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펄잼] 원조 그런지록 기량 과시
기사입력 1998년 03월 03일 15시 17분
현존하는 그런지 록 최대의 그룹 펄 잼이 5집 `옐드'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데뷔앨범에서 900만장을 기록한 판매고가 4집 `노 코드'에서 ⅓로 격감(그래도 300만장이다)했다고 해서 이들의 쇠퇴를 말하기는 좀 이른 느낌이다.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장르도 언젠가는 사양길에 접어들게 마련. 독특한 사운드로 성공을 거둔 원조 그룹 뒤에는 "우리도 할수 있어"라는 아류들이 무수히 등장하고 결국 팬들은 식상해 돌아서는게 거의 정해진 수순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입맛이 쓴 쪽은 바로 `원조'. 무너져가는 그런지 록 계열을 바라보는 펄 잼 멤버들의 심정이 편할리 없지만 가사는 평온하기만 하다. 오히려 원융과 화해를 주장하는 불교적인 색채가 더욱 짙어진 느낌을 준다.
첫 싱글 `기븐 투 플라이'는 `무애(無碍)'를 갈구하고 있고 "더 이상의 편가르기는 없기를" 노래하는 3번째 곡 `노 웨이'에는 `관용'의 메시지가 선명하다. 그래도 사운드는 오히려 초기에 더 가까워졌다.
`옐드'는 앨범 겉장에도 나와 있듯 교통 표지판에 등장하는 단어. 두 길이 합쳐지는 곳에서 양쪽 차량에게 충돌을 피하기 위해 `양보'를 요구하는 표지판이다.
펄 잼 뿐만 아니라 모든 그런지 록 그룹들의 당면 과제는 계속 순수한 `그런지'를 끌고 갈 것인가, 아니면 변신을 통해 생존을 꾀할 것인가 하는 것. `옐드'는 곧 `양보'를 통해 두 가지 길 사이의 화해를 모색하는 펄 잼의 노력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