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한-일전 패배 주먹구구식 준비 결과
기사입력 1998년 03월 03일 14시 25분
◇…아시아 맹주를 자처하던 한국축구가 지난 1일 요코하마에서 열린 제4회 다이너스티컵 개막전에서 일본에 1대2로 패배했습니다.
그것도 3．1절에 당한 것이기에 팬들의 충격은 대단했습니다. 안타까웠던 그날을 돌이켜 보겠습니다.
◇…일부 축구인들은 이날 패배를 애써 단순한 1패로 치부하는 경향도 있으나 대다수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엄청난 투자를 하는 일본과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하는 한국의 성적은 장기적으로 볼 때 뻔하다는 것입니다.
이제 아시아 최강이라는 자만심을 버리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입니다.
◇…이와 함께 차범근 감독의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차감독이 월드컵 본선진출권을 딴 뒤, 신진 선수들을 테스트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다는 비판입니다.
◇…일본은 `3．1절 한－일전'의 승리에 대해 한국이 실망하는 것 이상으로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한국으로선 `3．1절의 패배'라는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는 반면, 이들은 마치 그동안 한국축구에 억눌려온 억압에서 해방되기라도 한듯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고 있습니다.
◇…일본이 한국전 승리에 부여하는 의미는 대체로 3가지입니다.
첫째는 지난 79년 도쿄의 한－일정기전（2대1） 이후 19년만에 홈에서 맛본 승리라는 점이고, 둘째는 한－일전 사상 첫 2연승（PK승 제외）이라는 점입니다.
세번째는 2002월드컵주경기장 후보지인 요코하마종합경기장의 마수걸이 경기에서의 승리라는 점입니다. 일본인들은 요코하마구장의 첫 승리를 2002월드컵대회가 성공할 징조로까지 해석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대체적으로 다이너스티컵 한국전 승리에 도취돼 있는 반면, 일부에선 "아직 좋아하기에는 이르다"는 조심스런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이번 한－일전이 홈구장에서 열렸고, 일본은 100％의 전력을 가동한데 비해 한국은 서정원（프랑스）과 홍명보 하석주（이상 일본） 등 해외에 나가 있는 알짜 주전들이 빠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은 강행군에 따른 피로누적으로 신체리듬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시점에서 최상의 컨디션인 일본과 싸웠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다음달 1일 잠실에서 벌어지는 한－일축구 정기전에 일본인들이 대거 원정응원을 올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동의 인터컨티넨탈호텔 등 강남에 위치한 호텔에는 예약을 문의하는 일본인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거든요.
다이너스티컵 개막전에서 일본이 한국에 2대1로 승리하자 일본 축구팬들은 "이 기회에 한국축구의 콧대를 꺾어버려야 한다"며 응원계획을 세우고 있답니다.
◇…LG선수들이 지난달 28일 일본에서 J리그 주비로 이와타팀과의 친선경기에서 0대1로 패해 진한 아쉬움을 삼켜야 했습니다.
선수들은 신임 허창수 구단주（LG전선 회장）에게 승리를 바치겠다며 경기전날 밤 주장 강준호의 방에 모여 필승을 다짐했다는군요.
그러나 허창수 신임 구단주는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이날 저녁 가케가와시의 그랜드호텔로 선수단을 초청해 만찬을 베풀고 격려금을 내놓았습니다.
◇…프로축구연맹의 신임 강영수 총장이 취임 2개월만에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며 연맹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나섰습니다.
강영수 총장은 지난달 28일 연맹 전직원으로부터 일괄사표를 받은 뒤, 이가운데 4명을 `정리해고'한 것입니다.
강총장은 "사람을 해고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며 인간적인 고뇌를 피력하면서도 "IMF시대에 연맹의 효율적인 운영과 좀 더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배경을 밝혔습니다.
또한 "스포츠마케팅과 행정분야에 뛰어난 인재를 고용해 낙후된 프로축구를 한단계 끌어올리도록 할 것"이라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강총장은 그동안 연맹직원 채용이 알음알음으로 이루어졌던 점을 감안해 앞으로는 철저히 공개로 직원을 채용할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정리＝이상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