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 '정석 입단 불발'이 주는 교훈
기사입력 1998년 03월 03일 14시 25분
정 석（25）의 신체검사 불합격 판정은 메이저리그행을 꿈꾸는 국내 선수들에게 경고하는 바가 많다.
미국으로 건너 가기만 하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아메리칸 드림보다는 메이저리그 비즈니스의 냉정한 단면이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LA 다저스 박찬호의 성공으로 인해 그동안 메이저리그에서는 무분별한 한국 선수 스카우트 공세가 벌어졌던 게 사실.
메이저리그서는 작년 한해 동안 정 석과 서재응（뉴욕 메츠） 김선우 김재영（이상 보스턴） 봉중근（애틀랜타） 등 5명을 영입했고, 올해도 10여명의 선수가 스카우트 대상자로 올라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국제, 국내대회를 통해 1∼2년에 걸쳐 한 선수를 집중적으로 관찰한 뒤 입단 여부를 결정했지만, 미국내에서 한국 선수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지자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간단한 입단 테스트를 거치거나 한두 경기만 보고 선수를 판단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심지어 비디오 테이프만 보고 스카우트를 추진했다.
정 석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2차 지명한 삼성이 5억원을 제시했고 메이저리그 몇몇 구단이 정 석에게 추파를 던지자, 조급해진 LA 다저스는 비디오 테이프 한번 보고 계약서를 내밀었다.
그러나 철저한 장삿속인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검증되지 않은 선수에게 거액의 계약금을 줄리가 만무다.
LA 다저스는 정 석을 어깨 부상 때문에 포기한다고 발표했지만 그렇다면 박찬호도 포기해야 했다.
박찬호도 지난 94년 입단 당시 오른쪽 팔꿈치에 부상이 있었다.
이는 결국 마음에 안들면 누구라도 흠을 잡아 되돌려 보내거나 계약금을 깎아내릴 수 있다는 것.
메이저리그 구단이 아무리 거액의 계약금을 제시한다고 해도 국내 선수들은 계약 이면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냉정히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마이너리그 계약서 17항에는 `선수가 신체적, 정신적 결함이 발견되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전동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