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배구슈퍼리그] (2)우승팀 감독들 용병술
기사입력 1998년 03월 03일 14시 25분
"미안합니다. 넥타이를 못맸어요. `가정주부'가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데 혼자 벤치에 앉아 있을 수 없어서…."
데이콤배 98한국배구슈퍼리그 결승전이 열린 지난달말 잠실학생체육관.
LG정유 김철용 감독이 운동복 차림으로 감독석에 앉으면서 겸연쩍게 얘기했다.
김감독은 `주부선수' 장윤희（28） 등 체력난에 허덕이는 선수들을 독려하기 위해 준결승전부터 넥타이를 풀어제쳤다.
그리고 코트로 뛰어들었다. 코트 바깥에서 악만 쓸 게 아니라 직접 공을 때리며 선수들을 지도하기로 한 것.
98슈퍼리그에서 우승, 여자부 8연패（連@）를 달성한 LG정유 김철용（44） 감독과 남자부 2연패팀 삼성화재 신치용（42） 감독은 대표적인 `IMF형 감독'이다.
무명 선수 출신으로 `눈물젖은 빵'을 먹어봤던 이들은 지도자 생활도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부산 성지공고－성균관대 동기생인 이들은 공격수들을 뒷바라지하는 세터 출신.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팀의 화합을 강조하는 세터 경력이 지도자로 새출발한 이들에게 엄청난 플러스가 됐다.
다른 팀에 비해 선수들의 기량차가 큰 삼성화재, LG정유가 최고의 조직력을 자랑하게 된 것도 이들 세터 출신 감독의 용병술에서 출발했다.
양 감독에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훈련 때는 `독종', 휴식시간에는 `형님'과 `오빠'로 변하는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집중력있는 훈련을 강조하고 뒤끝이 없다.
삼성화재가 이번 대회에서 여러차례 역전승을 일궈내고 피말리는 풀세트 접전에 유난히 강했던 것은 바로 집중력있는 훈련 때문이었다.
무명 선수의 애환을 꿰뚫고 있는 양 감독은 선수들의 실수를 오히려 자극제로 이용하는 `비법'도 지니고 있다.
[김 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