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청춘일기] 이의정(1)
기사입력 1998년 03월 03일 14시 25분
타고난 재치감각, 특유의 익살 표정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아톰머리' 이의정(23).
그녀는 MBC TV 청춘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을 통해 명실공히 정상급 브라운관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한남초등학교 5학년때 우연히 백화점 어린이극장 무대에 선 것이 계기가 돼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데뷔 10년만에 연기는 물론이고 라디오 DJ와 가수로 끝없는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탤런트 이의정의 청춘일기를 연재한다.[편집자주]
`아이고∼ 아이고∼' `나 이거참!' 난데없이 웬 `아이고' 타령이냐구요?
신세타령이 아니라 바로 MBC TV 청춘드라마 `남자셋 여자셋'에서 히트시킨 나의 간판 유행어다. 하고 많은 얘기중에 유행어부터 꺼내서 풀려고 하는 것은 `남자셋 여자셋'이야말로 내 모든 것의 실타래가 될 것같아서다.
지금으로부터 꼭 1년전. MBC 예능제작국 은경표 PD와의 만남은 나를 새롭게 변모시키는 계기가 됐다. 지금은 `일요일 일요일밤에' 연출을 맡고있지만 `남자셋 여자셋'을 탄생시켜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시트콤 바람을 일으킨 분이다.
MBC에선 이미 개그맨과 탤런트를 결합한 시트콤을 몇차례 시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어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과연 히트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많았다. 하지만 코미디프로 `오늘은 좋은날' 등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던 은 PD의 작품은 신인들이라면 누구나 선망의 대상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
그런데 은 감독님이 나를 선택하는 행운을 안겨주셨다. 물론 처음엔 주인공도 아니었다. "일단 한번 해본뒤 너의 캐릭터를 잘 살리면 계속 출연할 수 있다"는 조건부 캐스팅이었다. 그래도 난 감격하고 행복했다. 잘될 것같은 예감이 왔다.
사실 난 그때까지 연기자로선 이렇다할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SBS TV `궁합이 맞습니다' 등 몇편의 드라마와 CF에 연달아 얼굴을 내밀었으면서도 매번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어느틈엔가 난 더이상 신선한 느낌을 주는 유망주나 기대주도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기엔 오히려 식상하다는 가혹한 평가가 어울릴성 싶었다.
그래, 캐릭터를 바꾸자. 빼어난 미모나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미녀탤런트들과 주연급 경쟁으로 속을 끓이느니 최대한 내 장점을 살려 승부를 걸자. `남자셋 여자셋'은 바로 내가 새롭게 태어날 다시없는 좋은 무대였다. 파트너들도 모두 맘에 들었다.
신동엽 오빠를 제외한 우희진 홍경인 송승헌 이제니 등은 대체로 나와 비슷한 처지.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호흡이 척척 맞았다.
자화자찬 같지만 나의 덤벙대는 푼수캐릭터가 톡톡히 한몫을 했다. 직접 개발한 `아톰머리' 헤어스타일과 `아이고∼ 아이고∼' 유행어가 서서히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기대 이상이었다.
처음 시작때 10% 대에 그쳤던 시청률도 2개월만에 20%를 넘더니 여름방학부턴 30%로 껑충 뛰었다. 인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주변의 관심도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