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파란눈의 용병들 숙연한 '만세삼창'
기사입력 1998년 03월 02일 14시 35분
★…`파란 눈도 대한독립 만세?'
민족의 독립을 염원했던 기미년 3월 1일.
나라의 주인이 되기 위해 선각자들은 종로 탑골공원에 모여 `대한독립만세'를 온몸으로 부르짖었다.
3．1만세 운동 정신의 계승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1998년 3월 1일.
삼성이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고자구장에선 또 하나의 작은 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정은 이랬다.
훈련 시작전 선수단 미팅을 갖던 삼성 서정환감독은 "만세 삼창을 외친뒤 훈련을 시작하자"고 제의했다.
일본땅에서 조상들의 독립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호국 영령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것.
선창자로 즉석에서 호세 파라와 스콧 베이커, 두 외국인 선수가 선정됐다.
이왕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게 됐으니 3．1운동의 역사적 의미도 배우고 선수단과 좀 더 친밀감을 갖게 하기 위한 조치.
영문도 모르고 눈만 깜박거리던 파라와 베이커가 선수단 앞으로 나왔다.
처음에 머뭇거리던 파란 눈의 두 이방인도 통역으로부터 3．1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듣고나자 태도가 사뭇 진지해졌다.
이윽고 "대한독립만세！"
혀가 살짝 꼬부라진 어색한 선창에 이어 우렁찬 만세 삼창이 터져 나왔고, 선수단은 함성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훈련에 들어갈 수 있었다.
파라와 베이커는 "처음엔 신기하기만 했는데 역사적 의미를 알고 나니 숙연해지는 느낌"이라며 "한국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만세 삼창'의 소감을 밝혔다.
[함용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