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차감독 '왕자병' 벗어나라
기사입력 1998년 03월 02일 14시 35분
월드컵축구팀이 1일 일본에 당한 패배는 98프랑스월드컵을 100여일 남겨놓은 한국 축구계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다.
현재 상태라면 16강 꿈은 물론, 본선 첫승도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게 축구인들의 이구동성이다.
지난해 벌어진 98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에서 통쾌한 승리를 따내며 4회 연속 월드컵 티켓을 거머쥘 때만해도 월드컵팀의 기상은 하늘을 찌를 듯했고 곧이어 닥쳐온 외환위기에 위축된 국민 모두의 희망이었다.
그러나 불과 4개월이 지난 지금 월드컵팀은 한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최종 예선전이 끝난 뒤, 많은 선수들이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진출 러시를 이루며 전력누수 현상이 나타난 것도 패인의 하나지만 그보다는 대표팀 운영의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차범근 감독 자신에게 있다.
예선전을 통해 일약 국민적 스타로 떠오른 차감독 스스로가 `왕자병'에 걸리고 만 것이다.
차감독은 전임감독의 신분도 잊은 채 협회와 마찰까지 일으키면서 CF모델로 나서 한 몫 챙기기에 바빴다.
자신감이 충만해진 차감독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기는 커녕 이름모를 선수들을 대거 대표팀에 영입, `차범근 사람'만들기에 지난 4개월을 허비했다.
대표팀 감독은 신인을 발굴하는 것이 임무가 아니라 국내무대 활약을 통해 검증된 선수들을 모아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연금술사（鍊金術師）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것이다.
월드컵팀에 관한 총체적인 책임을 부여받은 차범근 감독은 지금부터라도 서둘러 기술위원들의 중지를 모아 16강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다시 짜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본선까지 100여일의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다.
[오코하마=김동국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