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의야구보기] '해태-쌍방울 사태' KBO나서라
기사입력 1998년 03월 02일 14시 35분
온나라가 IMF 회오리에 휩싸여 있다.
물가는 치솟고 한집 걸러 실업자가 생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대량실업으로 눈앞이 깜깜해진 사람도 부지기수다.
다행스럽게 목이 걸려 있는 직장인들은 급료의 대폭 삭감에도 그저 자르지만 않으면 고맙다는 생각이다.
나라가 이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나라에는 경제전문가도 없는가.
감시기능을 하는 사람도 없는 그런 나라가 아니냐는 푸념을 해도 현재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그런 푸념들은 오히려 우리경제의 주름살을 더 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밀어 붙이는 사람들도 많다.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요즘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하는 행태를 보면 김영삼 정부가 해온 잘못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무엇이 잘못되어 있고 바로 잡을 곳은 어디이며 목표를 어디로 설정할 것인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처방을 하는 작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사실 올시즌은 프로야구 최악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잘못하다가는 페넌트레이스 도중 경기를 포기하는 팀이 나오게 되는 극단적인 일도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매각 발표를 한 쌍방울과 해태가 바로 올시즌 프로야구가 안고 있는 가장 뜨거운 감자다.
쌍방울 야구단은 작년 10월 그룹의 부도와 함께 매각 발표를 했다.
이어 같은달 22일에는 야구단도 빚 보증으로 부도가 났다.
12월초 선수단에 대한 대대적인 1차감량을 한 쌍방울은 이어 콘소시엄을 추진했으나 후원업체를 구하지 못했다.
쌍방울은 외국기업을 포함해 매각을 계속 추진중이지만 인수 기업이 없는 상태다.
특히 쌍방울은 올시즌 초감량 경영을 하겠다며 편성한 63억원의 예산을 조달할지 불투명한 상태다.
만일 예산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공중분해의 수순을 밟을수 밖에 없는 딱한 처지다.
쌍방울보다는 덜하지만 해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해태그룹의 어려움은 야구단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그나마 선동열과 이종범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로 넘겨주면서 총 85억원을 챙겨 야구단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요즘 선수단의 점심식사는 어려움을 대변하고 있다.
햄버거와 종이 우유팩 하나가 고작이다.
그것만 먹고 운동이 가능하냐고 물으면 `어쩔수 없지 않느냐'가 선수들의 대답이다.
해태측에서는 해태음료를 인수하는 기업으로 야구단도 팔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 역시 희망사항이다.
쌍방울과 해태 사태가 이지경이 됐는데도 한국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KBO는 팔짱만 끼고 있는 모습이다.
KBO는 당연히 8개구단 구단주 모임 등을 소집하고 쌍방울과 해태 사태에 따른 대책을 모색해야 하는데도 거의 방관하는 수준이었다.
구단이 파산되면 규정에 따라 KBO 소속으로 특정구단을 받아들인 뒤 한달이 지난 다음 해체에 따른 절차만 밟으면 된다는 식의 생각인 것 같다.
만일 시즌중에 파산이 될 경우 경기 일정은 물론이고 파행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등 어떤 의미에서 `프로야구의 IMF'가 올 것이 분명한데도 KBO는 뒷전이다.
쌍방울, 해태와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온 다른 구단들도 마찬가지다.
쌍방울 포수 박경완이 9억원에 현대행을 한데 이어 해태 조계현도 4억원에 삼성으로 옮긴 것은 쌍방울이나 해태에서 필요로 해서 한 일이라고 치자.
그러나 최근 쌍방울 투수 조규제가 구단에 트레이드 요청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LG 삼성 현대 등은 일제히 스카우트 추파를 뻗치고 있다.
쌍방울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전력 보강이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들이다.
서로 공존하는 파트너 십은 다른나라의 일인듯한다.
만일 쌍방울이나 해태가 공중분해되는 불행스런 일이 벌어진다면 과연 누가 그 책임을 질수 있을까.
그리고 요즘 우리경제처럼 최악의 사태를 맞는다면 책임지는 것이 그렇게 중요할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 모두 곰곰이 생각해보자.
[부국장대우 야구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