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호스티스들 거리서 '손님끌기'
기사입력 1998년 03월 02일 14시 35분
밀실 호스티스들이 길거리로 나왔다.
신종 `삐끼족'으로 불리는 이들 호스티스들은 IMF 한파를 극복하기 위해 거리로 진출, 손님을 끌어들이는 `공격판촉'을 하고 나선 것.
`현물'을 즉석에서 보여줌으로써 고객들의 `견물생심'（見物生心） 심리를 적극 이용하려는 전략이다.
밤거리 풍속도가 급속히 바뀌고 있는 지역은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밀집지역과 강북의 광화문 부근으로 주로 허탈감에 사로잡힌 명예퇴직자 및 불안과 고민에 휩싸인 샐러리맨이 그 주요 공격대상이다.
이들 호스티스 삐끼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전철역 부근과 주택가로 진출하는가하면 개업중인 소주집까지 들어가 술마시고 있는 손님을 호객하는 등 적극적인 세일을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10시쯤 강남의 서초역부근 주택가 골목에 20대초반의 쪽 빠진 미니스커트걸 5명이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명함을 돌리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명함에는 자신들의 신체사이즈와 신체적 특징, 취미, 특기 및 심지어는 학력과 전공까지 표기돼 있다.
이들 호스티스 삐끼들은 "일단 （몸매를） 보시고 맘에 들면 （같이） 들어가자"는 이야기다.
같은 날 오후 11시쯤 방이동 먹자골목에는 차량이 막혀 주차장을 방불케하자 호스티스 삐끼들이 차안으로 화장지가 들어있는 판촉물을 돌리면서 자신의 삐삐번호와 연락처가 적힌 명함을 건네주고 있었다.
판촉물에는 자신의 선정적인 포즈 사진을 실어 미인계를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강북의 샐러리맨이 밀집된 광화문과 종로 부근에는 호스티스 삐끼들이 아예 소주집 등 대중 음식점을 직접 찾아가 손님유치작전을 펼치고 있어 새로운 사회풍속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새벽 2시까지 영업함' `장안의 미희 80명 항시 대기' `끝내주는 파라다이스' `일단 한번 와보시라니깐요' `별볼일 없으면 돈 안받아' `말만 잘하면 마른 안주는 서비스' 등 판촉물에 씌여진 호객의 문구도 다양하다.
강남의 한 유흥업소 얼굴마담인 김모씨（28）는 "유흥업소도 하나의 경제주체인데 망하면 여기에 딸린 식구들이 모두 굶어죽게 마련"이라면서 "이왕이면 한번쯤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집에서 IMF 스트레스를 확실하게 푸는 것도 정신건강상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
김씨는 또 "요즘에는 취업을 못한 고학력자들이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대거 몰리는 것도 하나의 변화된 사회현상"이라고 귀띔했다.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