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무법시대(8)
기사입력 1998년 03월 02일 14시 35분
첫번째 교전에서 바우와 킹은 서로에 대해 충분히 공포감을 가졌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싸움에 관한 한 자신이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이번만은 경우가 달랐다.
둘은 갑자기 신중해졌다.
보통 상대가 아닌 만큼 한번의 실수는 곧바로 회복될 수 없는 패배의 늪으로 빠지기 때문이다.
주먹을 아껴야 했다.
빈틈이란 언제나 공격이 실패했을 때 나타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아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위축됐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알릴 수는 없는 일.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물 특유의 허장성세(虛張聲勢) 작전으로 나왔다.
바로 큰 소리로 악쓰기였다.
원래 `선수'는 말이 없는 법.
진짜 강자는 승부를 가리는 순간에 말을 아낀다.
오직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한 순간 결정적인 공격만 할 뿐이다.
바우와 킹이 섣불리 공격을 하지 못한 채 소리만 지르는 소강상태에 들어가자 패트롤카가 나섰다.
`무승부!'
첫날부터 굳이 승부를 가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으로 사파리에서 살아가면서 치고받고 싸울 날은 새털처럼 많다.
어차리 사파리에서의 삶은 투쟁의 나날이다.
오늘 누군가 왕이 되더라도 그 권위를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는 없을 게 틀림없다.
사자의 속성으로 볼 때 7마리의 수사자들은 `패거리'를 지어 권력 다툼을 하게 될 것이다.
또 암컷들은 그 사이에서 눈치를 보아가며 종족번식의 본능을 채우기 위해 살아가게 된다.
이미 간이방사장에서 패트롤카의 위력을 충분히 맛본 바우와 킹은 싸움을 중단했다.
어쩌면 서로 다행이라며 속으로 가슴을 쓰러내렸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파리의 첫날은 이렇게 마감됐다.
바우는 힘겹게 타이틀을 지켰고, 킹은 비록 왕위를 빼앗지는 못했지만 바우를 위협할 수 있는 재야세력의 거두로 자리를 굳히게 됐다.
사파리는 당분간 바우와 킹의 정권 다툼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것으로 예상됐다.
다음날, 사파리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