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환 관전평]지나친 수비축구 선수들 부담
기사입력 1998년 03월 02일 00시 54분
수비축구가 이기려면 예상치 못한 행운이 따르든지 골결정력이 상대에 비해 월등히 높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경기였다.
홍명보 서정원 하석주 등의 결장으로 전력의 100%를 가동하지 못한 차범근 감독이 어쩔 수 없이 수비에 역점을 둔 전술을 구사한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지나친 수비축구가 선수들을 소극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같은 한국의 소극적인 경기운영이 일본에 끌려가는 한 원인이 됐다.
한－일전은 라이벌인 연－고전과 마찬가지로 전력의 우열보다는 경기장 분위기에 의해 승부가 결정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선수들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것은 좋지만 기(氣)를 죽여서는 안된다.
결국 완벽한 수비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한국선수들의 전진을 가로막은 요인이 됐다.
전반 17분 나나미의 코너킥에 이은 나카야마의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내준 것은 이상윤이 코너킥전 일본선수와 쓸데없는 신경전으로 집중력이 떨어져 순간적으로 마크맨을 놓친 때문이다.
그나마 4분 뒤 이상윤이 상대 GK 나라자키의 어이없는 실수로 행운의 동점골을 뽑아낸 것은 다행이었다.
오카다 감독은 한국이 수비에 치중하다가 기습적으로 전방의 최용수－김도훈을 겨냥한다는 수(手)를 읽고 있었다.
이상윤－최성용이 포진한 오른쪽에 비해 박남열－유상철이 나선 왼쪽의 부진은 안정된 `비행'을 위해선 양날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한국팀의 풀리지 않는 숙제로 지적됐다.
특히 코너킥에 의한 헤딩슛으로 2골을 내준 한국의 수비 허점은 하루빨리 보완해야 할 문제다.
이제 차범근 감독은 해볼 수 있는 모든 `실험'을 마쳤다.
대표팀은 신인선수를 발굴하는 장(場)이 아니라 기존선수들의 기량을 조합하는 곳이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하루빨리 엔트리 구성을 마치고 한국축구 특유의 조직력을 배양하는 길이 월드컵 16강을 노리는 첩경임도 덧붙이고 싶은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