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강만우 8단●유창혁 9단
기사입력 1998년 03월 01일 15시 28분
제7보（72∼86）＝바둑에서 사활이란 프로에게도 영원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이 신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마 그런 한계가 이미 그어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전과 같은 복잡한 모양에서 한눈에 사활을 읽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신의 경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한눈에는 아니더라도 인간답게（?） 신중히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것만도 아닌 것이 사활이다.
백 72, 74는 전보에서 언급했듯이 너무 단순히 속단한 데서 비롯된 실착. 만약 흑 75를 예측했다면 백은 72부터 신중을 기했을 것이다. 그러면 과연 삶이 있는지 신중히 들여다 보자.
[참고도 1]백 1로 일단 따내고 흑 2 때 백 3, 5면 차츰 삶이 보인다. 흑 6의 치중이 불가피할 때 백 7∼11이면 간단히 살지 않는가.
두어놓고 보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막상 실전에선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흑이 굳이 집모양을 허용치 않으려면 흑 8대신 [참고도 2] 흑 1이 최강이지만 흑이 백의 눈모양을 없애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10의 곳에 백 돌이 놓이게 되어 백은 12로 탈출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하변 백 말이 그렇게 살았다면 `승부 끝'이겠지만 덧붙여 백엔 [참고도 3] 1 이하 9까지 귀에서 죄는 맛도 선수로 들어 흑으로선 설상가상의 국면이었을 것. 그런 것을 흑 77에서 삶이 막히자 백의 유일한 희망이자 비빌 곳은 78, 80의 끊음.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절망 속에서 던져본 이 수가 끝내 백에 희망을 가져다 주게 될 줄이야. [참고도 3] 6＝3의 자리.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