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짠순이] 방송인 이다도시
기사입력 1998년 03월 01일 15시 28분
`방송인' 이다도시씨（29）는 요즘 밤이 즐겁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남편 서창수씨（36）가 이스라엘로 출장을 떠난 지 여러 날이 됐지만 무서움을 느낄 겨를이 없다.
밤마다 베란다에서 대대적인 공사를 벌이기 때문이다.
바로 10개월 된 아들 유진의 방을 꾸며주기 위한 공사다.
침대와 책장, 탁자 등 각종 가구들을 다듬고 페인트칠 하고….
그렇다고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짠순이' 이다도시씨가 그 공사에 동전 한닢 들일 리 만무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친구들 한테서 얻어다가 재활용한다.
"내 아이의 방을 내 손으로, 그것도 재활용품으로 꾸며 준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 지 아무도 모를거예요."
아이의 방 뿐만이 아니다.
이다도시씨네 가구나 가전제품은 모두 중고품이다.
깨끗하면 그냥 쓰고, 맘에 안들면 색칠을 해서 쓴다.
어디 한군데 사치를 느낄 만한 구석이 없다.
작년 서울 홍은동의 20평짜리 아파트에서 염창동의 35평짜리 전셋집으로 이사하면서 가구를 바꿀까도 생각했지만 그때도 저축을 생각하며 꾹 참았다.
장보기도 마찬가지다.
`수시로'에서 최근 `한 달에 한 번'으로 못을 박았고, 그나마 식단을 미리 짜 꼭 필요한 최소한의 양만 산다.
기름값이 무서워 가급적 외출도 안한다.
필요한 물건이 있어도 끈기를 가지고 세일 때를 기다린다.
그런데 늘 밝게 사는 이다도시씨가 최근 우울한 결정을 하나 내렸다.
"1년에 한번씩은 프랑스의 부모님을 찾아 뵈었는데 당분간은 참아야 할 것 같아요.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지만 천문학적인 항공료는 아무래도 낭비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