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뤼니겐] 숙적 마이어 제치고 자존심 회복
기사입력 1998년 03월 01일 15시 27분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누나들 사이에서 자라난 미하엘 폰 그뤼니겐（29．스위스）.
스키선수가 안됐으면 어려운 가정을 위해 지금쯤 `농기계 수리공'이 되어있었을 그가 올시즌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했다.
지난달 28일 용평리조트 레인보우 슬로프에서 벌어진 98용평 월드컵 스키대회 대회전에서 `숙적' 헤르만 마이어（25．오스트리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
그뤼니겐은 지난해 황금기를 맞았었다.
96∼97시즌 월드컵 대회전 랭킹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서는 대회전 금메달을 획득, 현존하는 대회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97∼98월드컵 시즌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헤르미네이터（헤르만+터미네이터）' 헤르만 마이어의 등장.
그뤼니겐은 첫번째 월드컵 대회였던 프랑스 티그네스 대회서 마이어를 3위로 밀어내며 1위를 차지했지만 그 이후 단 한차례만을 제외하고는 매번 마이어에게 뒤졌다.
그가 월드컵 대회서 두번째로 우승했던 프랑스 발디제르 대회서는 마이어가 아예 불참해 전정한 실력대결을 할 수 없었다.
지난 1월 스위스 아델보덴대회서도 마이어에게 1위자리를 빼앗긴 그뤼니겐은 지난달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칼'을 갈았지만 역시 금메달은 마이어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현 월드컵 대회전랭킹 2위, 종합랭킹 역시 2위.
이 두 부문의 1위는 모두 마이어다.
물론 그가 이번 대회서 대회전 1위를 해 랭킹이 바뀌지는 않았다.
하지만 구겨진 자존심만은 되찾은 표정.
대회전에서 마이어와 함께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고 있는 그뤼니겐의 강점은 천부적인 재질과 교과서와 다름없는 완벽한 기술, 그리고 한번 한다면 해내고 마는 자신감이다.
다른 선수들도 그뤼니겐에 대해 "그가 스키 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
"한국에서 처음 열린 월드컵 대회서 우승하게 돼 무척 기쁘다"는 그뤼니겐은 "용평에서 이같은 대회가 있다면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용평=이사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