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Y파일] 선동혁 '현철선배님을 신으로…'
기사입력 1998년 03월 01일 15시 27분
`일년 이년∼ 십년 세월∼ 노래처럼 불러 볼까∼.'
IMF 한파로 자신의 입지가 불안해진 샐러리맨들의 아픔을 위안하는 노래 `인생'을 취입, 음반을 내놓고 가수로 데뷔한 `용의 눈물'의 선동혁. 극중에서는 태종 이방원（유동근）의 측근에서 핵심인물로 위치를 굳힌 천하의 이숙번 대감.
오늘은 선동혁이 이숙번 대감이 아닌 가수로서 KBS TV `생방송 사랑의 리퀘스트'에 출연하는 날.
두시간 특집으로 엮어지기에 출연 가수도 다른 때보다 적지 않다.
현철, 조영남, 현숙, 주현미, 인순이, 김건모 등등 모두 내로라하는 가수들인지라 떨리는 마음을 삭이느라 애쓰는 선동혁.
리허설은 무사히 끝냈지만 처음 출연하는 생방송인지라 보통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이 아니다.
가슴이 울렁거린다고 안정이 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시간이 아닌 다음에야 정해진 순서는 어김없이 찾아 오는 법.
선동혁의 차례. 따스한 시청자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어려운 이웃이 VTR로 소개되고 시청자들의 전화 쇄도.
ARS 방식으로 엮어지는 모금액이 2억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용의 눈물'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이숙번대감 선동혁씨가 이번에는 가수로 때늦은 데뷔를 했죠? 선동혁씨의 노랩니다. 인생！"
MC 이계진 김혜영의 소개에 따라 무대에 덩그러니 올려진 선동혁. MR（연주테이프）로 엮어진 전주가 서서히 무대를 감싼다.
침을 꿀꺽 삼키면서 목청을 가다듬고 안정을 취해 보는 선동혁. 그러나 이는 마음 뿐 무대를 딛고 있는 발바닥부터 저려 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다리가 `후들후들'. 뒤질세라 얼굴에는 땀이 팥죽 흐르듯 하고 이제는 안정이고 뭐고 기계적으로 노래를 불러 댈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텅빈 세월∼ 돌아 보니∼ 내 청춘이 가는구나∼ 포장마차 구석자리∼ 소주 한잔 앞에 놓고∼ 웃고 살자 나만의 인생인가∼."
겨우 노래를 끝내고 안도의 한숨을 `푹푹' 내쉬는 선동혁에게 현철이 극찬을 보낸다.
"이방원의 오른팔 이숙번 대감의 노래를 다 듣다니 영광입니다. 하하."
그러나 어쩔 줄을 모르고 꼬리를 내리는 선동혁.
"노래가 별 것 아니라고만 생각했던 소인배는 역시 하룻강아지에 불과 하옵니다. 현철 선배님이야말로 역시 대가시옵니다. 앞으로는 `신（神）현철'이라 불러 올릴 것인즉 소인의 청을 물리치지 마시옵소서."
정산（방송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