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자골목] 오늘 저녁 닭칼국수 어때?
기사입력 1998년 02월 27일 15시 13분
종로5가 먹자골목, 오후 7시.
가로등이 한두개씩 켜지기 시작하는 이때쯤부터 좁은 골목이 터질듯 사람들이 몰려든다.
삼치구이나 콩비지, 설렁탕, 곱창 등 서민적이면서 맛도 있는 갖은 음식들이 즐비한 먹자골목의 요즘 경기를 주도하는 것은 단연 닭칼국수집들이다.
IMF 협상 이후 먹자골목의 대부분 식당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닭칼국수집들은 신기하게도 오히려 손님이 늘었다.
`값싸고, 양 많고, 맛 좋은' 음식의 3대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갖췄기 때문이다.
커다란 양푼에 닭을 통째로 끓인 뒤 가위로 척척 잘라 고추 양념에 찍어먹고, 남은 국물에 칼국수를 끓여먹는 닭칼국수는 1인당 6천∼7천원이면 소주까지 해결된다.
3명이 닭 한마리(1만원)에 칼국수(2천원) 2개쯤을 먹으면 배가 부르다.
떡볶이 떡을 국물에 끓여먹는 `떡사리'(1천원)는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다.
값은 싸지만 맛은 결코 싸지 않다.
약간의 후추 등 조미료를 넣고 대파와 감자를 썰어넣은 것이 전부지만 국물맛이 진국이다.
닭칼국수 맛의 핵심은 닭이 아니라 고기를 찍어먹는 양념이다.
물고추를 갈아만든 다대기에 간장과 겨자 식초 등을 섞은 양념은 고객이 입맛에 맞게 직접 배합하는데 어떤 비율로 섞어도 닭고기와 썩 잘 어울린다.
커다란 대접에 나오는 시원한 배추 물김치가 닭칼국수에 따라나오는 유일한 반찬.
이 골목에는 모두 7개의 닭칼국수집이 있는데 가장 오래된 곳은 `진할매 원조닭집'이다.
진옥화 할머니(65)가 18년전째 같은 자리에서 오로지 닭칼국수 한가지만을 고집하고 있다.
이 집 10년 단골인 최명덕씨(45·현암산악회 회장)은 "다른 집들도 똑같은 메뉴를 갖고 있지만 진할매네 간장맛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집들도 나름대로 독특한 맛과 특징을 갖고 있다.
`소문난 원조 닭한마리'는 겨자장이 일품이고 외따로 떨어져 있는 종로닭집은 닭발을 고아낸 국물과 콩가루가 섞인 고소한 칼국수가 자랑이다.
[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