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무법시대(6)
기사입력 1998년 02월 27일 15시 13분
시저는 시계추처럼 수지와 이브 사이를 오가며 하루를 보냈다.
개장을 앞두고 세계 유명 동물원을 견학하며 준비를 했지만 막상 눈 앞에서 사자의 `힘'을 확인한 사육사들은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10초짜리 섹스'지만 하루에 30번이 넘도록 짝짓기를 한다는 것은 사람으로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대단한 일'이었다.
시저는 그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파리의 싸움은 가닥이 잡혀가고 있었다.
역시 줄기는 킹이 쥐고 있었다.
킹은 주변이 대충 정리되자 큰 소리로 포효했다.
여전히 바위 위에 있는 바우에게 `비겁하게 피하지 말고 내려와 한판 붙자'는 선전포고였다.
킹의 큰 소리에 바우는 머리에서 아지랑이가 올라올 만큼 화가 났지만 당장의 감정대로 움직일 만큼 경망스럽게 굴지 않았다.
싸움의 목적은 체면을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기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기분 같아서는 당장 뛰어내려가 박살을 내고 싶지만 유리한 고지를 굳이 포기할 필요는 없었다.
어쩌면 싸움판에서 잔뼈가 굵은 킹이 바우의 신경을 긁어 같은 높이에서 싸움을 벌이려는 고도의 심리전일 지도 몰랐다.
바우와 킹은 서로의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소리만 질렀다.
`목 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싸우고 싶으면 네가 오라"는 자세였다.
사실 바우도 킹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지난번 타이틀전 때 고전을 하다가 막판에 역전승을 했던 기억이 생생했다.
선뜻 밑으로 원정을 가지 못하는 것도 유리한 위치에서 싸움을 벌여야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됐다.
한쪽이 째려보면 같이 째려보고, 한쪽이 고함을 지르면 이에 뒤질세라 같이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언제까지 째려보고, 소리를 지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최후의 승리를 위해 고집을 꺾고 `칼'을 뽑아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