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흔들리는 농구코트'
기사입력 1998년 02월 27일 14시 46분
경기마다 예외없이 불거지는 심판판정 시비에, 팬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삿대질을 해대는 수준 이하의 감독들.
물 흐르듯 진행돼야 할 경기는 허술한 시설 때문에 흥이 날만하면 여지없이 끊기고 손님을 모신 구단은 `고객만족'보다는 순위싸움에 핏대를 세운다.
급기야는 신인 유망주를 데려오기 위해 고의로 경기를 지는 승부조작까지 서슴지 않는다.
26일 SK를 불러들여 삼성이 올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벌인 수원 실내체육관.
경기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는 순간, 분노한 팬들이 사인볼을 코트에 집어던졌다.
`영원한 승부, 뜨거운 감동'을 모토로 지난해 2월 출범한 한국프로농구의 위상도 그렇게 팽개쳐졌다.
"이제 한국프로농구는 끝났어."
수원 실내체육관을 떠나며 한 농구인이 남긴 독백은 KBL（한국농구연맹）이 눈을 가린채 천길 낭떠러지 앞에 서있음을 말해준다.
모 프로팀 감독은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심판판정 시비와 관련, `참회록'이란 거창한 제목까지 빌려 모든 책임을 다른 팀 감독에게 떠넘긴채 스스로에겐 `면죄부'를 발행하는 깜짝쇼를 펼쳤다.
또 각 구단 단장들이 모여 KBL의 의사결정을 전담하는 이사회는 자기 구단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 이합집산하며 아귀다툼을 벌여 마치 정치판을 연상시켰다.
삼성의 승부조작 파문은 허술하기 그지없는 KBL의 규정이 빌미를 제공했다는 게 농구인들의 지적이다.
7∼10위까지의 하위팀들에게 일정비율에 따라 우선지명권을 배정하는 현행 드래프트 제도에서는 "우승을 못할 바에 유망한 신인이라도 데려오는 게 낫다"는 것이 각 구단들의 일치된 속마음이다.
아직도 오빠부대의 괴성에 귀가 먼 KBL이 뼈를 깎는 자성을 선행하지 않는 한, 프로농구는 당분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여론이다.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