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외제품 '떨이' 불티
기사입력 1998년 02월 27일 14시 46분
`외제품이 잘팔린다（?）.'
라우라비아죠티, 버버리, 폴로, 베네통, 포드자동차, 랑콤….
웬만한 소비자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이들 브랜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IMF한파에 외제품을 사면 `반역자'처럼 여기던 소비자들이 앞다퉈 구입하고 있는 것.
이들 브랜드들은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 기피로 매출이 급감하자 매장이 철수 하거나 라이선스 계약을 끝낸 제품들로 30∼8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평소 비싼가격에 엄두를 못내던 소비자들이 국산품과 비슷하거나 싸게 나온 이 제품들의 `고별전'과 `떨이전'에 몰리고 있는 것.
롯데백화점은 지난 20일부터 7일간 삼도물산이 라이선스로 제조 판매하던 라우라비아죠티 골프의류를 정상가 보다 70∼80％ 할인해 내놓았는 데 하루동안 본점과 잠실점을 합쳐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나산클레프 광주점은 28일까지 직수입해 온 버버리 제품을 처분하기 위해 30％할인 행사를 열고 있는 데 매출이 평소의 4배정도 늘어났다.
미도파백화점의 베네통, 제시카매장도 70∼80％ 할인행사에 고객들이 몰려 하루 매출이 2배로 껑충 뛰었다.
남대문수입시장 숭례문상가의 폴로의류매장은 긴팔티셔츠를 4만원에 내놓는 등 정리세일을 하고 있는 데 평소보다 4배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화장품등 국산과 가격대가 비슷한 생활용품의 경우도 큰폭은 아니지만 꾸준히 팔리고 있다고.
지방상인들은 수입품 매매가 활발한 서울로 `원정세일'에 나서고 있다.
서울 명동에선 부산에서 상경한 상인들이 임시매장을 열고 버버리와 란셀제품을 40∼50％ 할인 판매하고 있다.
수입품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것은 지금이 수입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는 것. 환율폭등 이전에 수입된 제품들이라 더이상 수급이 되지않고 판매부진으로 원가도 뽑지 못할 처지가 된 수입상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덤핑'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산클레프의 의류담당 관계자는 "상품대금은 이미 지불했기 때문에 반품이 안되고 그냥 놔 두자니 자금압박에 업체가 부도가 날 지경이다" 라며 "수입품을 무조건 배격하기 보다 어차피 상품대금을 치른 상황이라면 자금난에 빠진 국내업체의 회생을 위해 적절한 소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기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