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신토불이팅' 인기
기사입력 1998년 02월 26일 16시 35분
신세대들 사이에 `신토불이팅'이 유행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형태의 미팅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대학가의 분위기를 신선하게 바꿔왔지만 아무래도 이번 신토불이팅은 예사롭지 않다.
우선 애국자가 아니면 자격미달이다.
참가자는 외제상표가 달린 물건은 아예 지닐 수 없다.
옷이나 가방은 물론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예외는 없다.
따라서 미팅장소에 모이면 필히 서로에 대한 복장 및 소지품 검사가 실시된다.
대부분 미팅을 주선한 `뚜'가 일괄적으로 하는 게 보통이지만 일부 애국심이 깊은 부류는 상대팀 전원의 물품들을 낱낱이 관찰하기도 한다.
단, 속옷은 참가자의 양심에 맡긴다.
외제를 소지한 당사자에게 주어지는 불이익도 만만찮다.
파트너를 선택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에는 그날 행사에서 제외되기까지 한다.
그런데 간혹 파트너가 되기를 원치 않는 상대가 있을 경우 그 사람의 소지품을 지나치게 면밀히 검사하는 통에 물의가 빚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특정 물건을 놓고 외제다, 국산이다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도 적잖다.
하지만 모두 `애국'이라는 명분하에 웬만한 불편은 감수한다.
미팅 진행도 이채롭다.
외래어는 사용불가다.
단 한마디의 외래어라도 내뱉는 사람에게는 미리 정해둔 온갖 벌칙들이 가해진다.
규칙을 위반한 사람에게 벌금을 물려 거기서 모인 돈으로 그날의 찻값이나 식사비를 해결하기도 한다.
얼마전 친구를 따라 신토불이팅에 나가봤다는 김정규군(경희대 1년)은 "의외로 분위기가 좋아 모두 쉽게 친해졌다"면서 "미팅이 끝난 뒤에도 가슴에 남는 게 많았다"고 말했다.
신토불이팅은 일명 `IMF팅'으로도 불리는데 시대적인 흐름을 타고 특히 대학 신입생들 사이에서 크게 번질 것으로 보인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