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만화합 원동력 스포츠 육성을
기사입력 1998년 02월 26일 15시 30분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께！
영광스러운 제15대 대통령에 취임하신 것을 충심으로 축하드립니다.
1998년 2월25일은 50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야간 정권이 교체된 뜻깊은 날입니다.
그리고 이 의미 깊고 경사스러운 날의 중심에 대통령께서 자리하고 계십니다.
온갖 역경과 시련을 딛고 건국 이후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시고 25일 청와대에서 첫밤을 보낸 감회는 어떠하셨습니까.
감격과 기쁨이 충만한 가슴 벅찬 밤이었기 보다는 무거운 국정의 짐에 눌려 잠못 이룬 첫 밤이 됐을 것이라는 것은 미루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지금 모든 국민들은 `준비된 대통령'만을 굳게 믿고 새로운 희망을 부풀리며 25일을 기다려 왔습니다.
"국가경제를 살려 달라" "실업문제를 해결해 달라" "물가를 잡아달라"….
각계 각층의 목소리가 대통령을 향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지금입니다.
이 어렵고 힘든 때에 또하나의 부탁의 말씀을 삼가 드리게 됨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다름아닌 스포츠에 좀더 많은 배려와 깊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글을 감히 올립니다.
예외 없이 몰아닥친 `IMF 한파'로 스포츠팀들의 해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영난을 빌미로 기업들이 스포츠팀들을 줄줄이 해체하는 바람에 체육계 전반이 고사（枯死） 직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포츠팀들의 해체 도미노 현상과 함께 각종 대회 취소가 뒤따르고 육성지원금 중단과 대폭축소에 이어 해체된 팀의 선수들도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개막식과 준결승을 치를 주경기장 및 지방 경기장 건립문제도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더구나 정부 조직개편으로 `체육'이라는 단어 조차 사라지고 체육을 관장하는 기구는 크게 축소됐습니다.
최근에는 군（軍） 구조조정문제와 관련해 국군체육부대（尙武） 존폐문제가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로 체육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대통령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군사정권 시절 스포츠가 정치권력의 논리에 이용된 것도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김대통령께서도 스포츠의 피해자라고 생각하시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워하는 체육인이 많습니다.
존경하는 김대통령.
아무리 경제사정이 어려워도 스포츠 육성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국가적 과제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스포츠가 국민의 사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는 최근의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다시한번 입증됐습니다.
`IMF 한파'로 축 처진 국민들의 어깨와 움츠러들었던 가슴을 며칠 동안 활짝 펴게 했던 것은 쇼트트랙선수들이 기적의 역전우승으로 따낸 자랑스러운 금메달 소식이 아니었습니까.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오르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때 우리 모두는 상처받은 민족의 자존심을 잠시나마 위로할 수 있었고 모처럼 시름을 잊고 환호작약했습니다.
지난해 9월28일 일본 도쿄에서 벌어진 98프랑스월드컵축구 아시아지역 B조 최종예선전에서 한국이 일본에 2대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때 귀빈석에서 직접 관전하시던 대통령께서 기뻐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지금은 모든 분야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힘든 상황인줄 잘 알고있습니다.
이럴때일수록 스포츠는 어려운 현실을 헤쳐나가고 극복하는 활력소이자 국민의 화합과 일체감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스포츠에 대한 특별한 배려를 부탁드리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체육, 체육인, 그리고 체육단체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이해를 구하는 것입니다.
끝으로 김대통령의 취임과 새정부의 출범을 다시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 5년후의 퇴임때에도 온국민의 변함없는 사랑과 존경을 받는 대통령이 되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부국장대우 체육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