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시포] '대표팀 떠나겠다' 폭탄선언
기사입력 1998년 02월 25일 15시 15분
98프랑스월드컵 본선에서 한국과 맞붙을 벨기에 축구팀의 `전력의 핵(核)'인 엔지 시포(32．MF)가 돌연 탈퇴를 선언, 한국에 희소식이 되고 있다.
4회 연속 월드컵 출전을 노리던 `벨기에 축구영웅' 시포는 26일(이하 한국시간) 벌어질 미국과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둔 25일 리켄스 감독(48)의 자신에 대한 기용 문제에 심하게 반발, 국가 대표팀을 떠난다고 선언했다.
시포는 벨기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설명도 없이 마음대로 이리저리 굴려도 되는 애송이 선수가 아니다"라며 "4번째 월드컵을 고대했지만 내 결정은 번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포는 리켄스 감독이 미국 노르웨이 루마니아 등과의 일련의 친선경기에서 다양하게 선수를 기용하겠다고 발표한 후 통고도 없이 첫 경기에서 자신을 제외하자 분통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리켄스 감독은 왜 시포에게 통고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선수들에게 일일이 내 생각과 계획을 전달하려면 하루가 48시간이라도 모자란다"며 발끈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시포의 돌연한 국가대표 사퇴 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리켄스 감독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장인 프랭크 밴 더 엘스트는 "감독의 결정을 선수가 비난해서는 안된다"며 "시포 정도의 스타가 이렇게 하직 인사를 한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벨기에 축구협회의 미셀 드후게 회장도 "감독이 다양한 선수 기용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리켄스 감독을 100% 지지한다"고 말했다.
86멕시코월드컵에서 약관의 나이로 혜성같이 등장, 벨기에를 사상 최초로 4강에 올려놓은 시포는 국제경기 A매치 79경기에 출전해 17골을 터뜨린 천재 플레이메이커.
넓은 시야, 화려한 드리블, 안정된 볼컨트롤, 정교한 프리킥을 자랑하는 시포는 지난 90년 이탈리아월드컵 한국전에서 얄미울 정도의 재치있는 플레이로 2대0 승리를 주도해 한국팬들에게도 익숙한 인물이다.
[LA=민훈기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