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47)메이플소프
기사입력 1998년 02월 25일 15시 15분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는 남자의 성적 이미지를 앵글에 담기 시작한 개척자 가운데 하나다.
이토 도시하루가 쓴 `최후의 사진가들'(도서출판 타임스페이스)을 보면 그의 예사롭지 않은 예술관과 사진작업을 엿볼 수 있다.
뉴욕의 가톨릭 중류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처음 콜라주를 하면서 예술혼을 키워나갔다. 게이잡지에서 찢어낸 사진으로 콜라주를 한 뒤 그 위에 페인팅을 하는 기법은 그가 즐겨 사용하던 것이었다.
성기가 드러난 호모섹슈얼한 사진을 콜라주한 72년 작품 `언타이틀드'는 충격적이었다. 그는 키스중인 두 소년의 입 언저리만 사진상태로 두고 다른 부분은 정액의 막처럼 흰물감으로 칠했다.
그는 게이잡지와 하드코어잡지에 집착했다. 어떤 평론가들은 "메이플소프에게 예술적 영감을 준 것은 바로 그런 잡지들의 이미지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는 콜라주를 하다 후일 사진으로 방향을 돌렸는데, 77년 세차례의 개인전을 열면서 주목받았다. 70년대말이 되면서 그의 사진은 충격적으로 변했다.
가죽옷과 쇠사슬로 몸을 꽉 조인 남자, 몸을 조이는 고무옷을 입고 엎드려 있는 남자, 채찍으로 고문을 가하는 남자와 그 고문을 참아내는 남자, 자신의 성기를 끈으로 묶은 남자…. 스튜디오에서 이뤄지는 그의 상상력은 끝이 없었다.
그는 78년 굵은 가죽채찍을 자신의 항문에 꽂아넣고 카메라를 향해 뒤돌아보는 `셀프포트레이트'까지 촬영했다.
고통스럽고 역겨운 그의 작품은 지지와 비판을 함께 받았다. 그의 사진을 지지한 사람 가운데는 롤랑 바르트같은 사람도 있었다. 그는 왜 그렇게 성적이며 징그럽고 고통스러운 이미지의 사진을 집요하게 찍은 것일까.
"나는 예술의 눈으로 적나라한 섹스의 세계를 찍고싶었다. 페니스도 그 모티브의 하나로, 나는 반복해서 그것을 촬영하고 있는데, 바지의 지퍼가 열리고 그곳에서 페니스가 아래로 드리워져 있는 사진은 보는 사람에게 여러가지 반응을 야기한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나의 비전인 것이다."
그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그는 사진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는 다르다고 말했지만, 현실에서 동성애자였으며 에이즈로 사망했다. 그가 사망하기 직전에 찍은 `두개골' 등의 작품을 보면 그는 자신의 죽음마저 예술의 대상으로 삼은 작가였음을 알 수 있다.
그 사진작가 메이플소프의 작품전(10∼28일)이 종로구 사간동 코팩아트 컨설팅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국내전시되는 작품들은 성을 표현한 꽃작업과 누드가 대부분인데, 작가의 진수를 맛보려던 사람은 얼마간 실망한채 전시장을 빠져나온다고 한다.
`하드'는 없고 `소프트'만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