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새내기를 피하라'
기사입력 1998년 02월 25일 15시 15분
"신입생을 피하라."
요즘 각 대학 재학생들 사이에 새내기들이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IMF한파로 인해 용돈조차 구경하기 힘든 마당에 `술사달라, 밥사달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새내기와의 만남은 곧 `파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캠퍼스의 대표적인 풍속도로 자리매김했던 `선배는 봉, 새내기는 귀빈'의 관계는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용돈은 물론 학비까지 충당케 해주었던 과외나 아르바이트 자리가 급감한 점도 한 요인이다.
따라서 요즘 재학생들 사이에서는 갖가지 기발한 `새내기 퇴치법'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퇴치법은 ▲오리엔테이션 등 공적인 모임에는 무조건 빠지기 ▲새내기 출입이 잦은 과방은 피하고 도서관에 틀어박히기 ▲식사시간을 2∼3시간 늦추기 등이다.
얼마전 `예비학교'를 통해 친해진 새내기 4명을 우연히 만났다가 알거지가 됐다는 김모군(동국대)은 "가지고 있는 돈이 모자라 신용카드까지 동원해야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쯤되니 ▲새내기 접근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무서운 표정짓기 ▲뒤통수치기 같은 보다 적극적인 퇴치법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뒤통수치기란 커피 사달라는 후배가 있을 경우 흔쾌히 승낙한 뒤 자동판매기 앞으로 데려가 조용히 동전 몇개 손에 쥐어주고 돌아서는 방법이다.
이밖에 새내기들이 아예 말조차 걸 수 없도록 웬만한 거리는 뛰어다니는 `러닝형'과 학교 주변에서는 항상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중력형'도 신무기로 각광받고 있다.
2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는 민상현군(경희대)은 "새내기로 1년을 보내면서 후배들을 손꼽아 기다려왔는데 갑자기 상황이 바뀌면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박민호 명예기자(고려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