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 열차 올때마다 '찍고 또 찍고'
기사입력 1998년 02월 25일 15시 15분
"소매치기야！"
은주(김지수 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조용하던 지하철 열차안을 가른다.
곧이어 열차 밖으로 뛰어나오는 소매치기범들. 카메라 앞을 지나 순식간에 계단으로 달음질친다.
카메라는 계속 돌아간다.
뒤를 이어 나타난 검사 기정(정보석 분). 단숨에 쫓아가 주먹을 날린다.
"컷, 다음 열차 때 다시 합시다."
3월2일부터 방영되는 MBC TV의 새 일일극 `보고 또 보고'의 제작진은 17일 오후 한적한 지하철 2호선 까치산역을 찾았다.
첫 야외촬영. `시작'은 항상 적당한 `긴장'을 수반하는 법. 장두익 PD를 비롯한 스태프와 배우들은 약간씩 상기된 표정. 스태프들의 머리 위로 수증기가 피어 오른다.
"배우들은 의욕적입니다. 신인도 많구요. 베스트극장에서 활약해 온 임성한 작가의 역량도 믿을만 합니다." 1년만에 메가폰을 잡아서일까. 장PD의 출사표는 짧으면서도 힘이 들어있다.
`보고 또 보고'는 부모의 과보호에서 자란 마마걸 금주(윤해영 분)와 미운오리새끼로 자란 악바리 동생 은주, 이들과 짝을 이루는 기정 기풍(허준호)형제의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려갈 따뜻한 가족 드라마.
이날 촬영은 드라마의 주인공인 은주와 기정이 서로 호감을 갖게 되는 장면. 지하철에서 은주는 소매치기를 당하고 옆에 있던 기정이 이들을 쫓아가 격투를 벌인다.
"다시 해볼게요." 3∼4번을 `소매치기야'라고 크게 소리친 김지수는 한숨을 크게 쉬고는 다시 목에 힘을 준다. 옆의 정보석은 소매치기 역할의 배우와 격투신에 대해 얘기하느라 정신이 없다.
"한번 더 갑시다." 1분이 채 안되는 `소매치기 장면'을 위해 10분 간격으로 오는 지하철을 5번이나 보냈을만큼 첫 야외촬영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MBC에서 처음 연기하게 된 윤해영 성현아 박용하 등 신예배우들도 이날 촬영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후 내내 촬영장을 떠나지 않는 열의를 보여줬다.
한편 새 일일극에는 정욱 김창숙 이순재 김민자 사미자 박원숙 등 중견탤런트들이 대거 참여하며 허준호는 발레를 전공한 방송국 안무가로, 성현아는 깐깐한 여의사로 변신을 시도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서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