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씨] '민중미술가서 환경미술가로 변신'
기사입력 1998년 02월 25일 15시 15분
민중미술작가 김재홍씨(40)가 환경미술작가로 변신했다.
경기도 파주의 하제마을 오픈스튜디오로 옮긴 지 4년. 어두운 화면은 밝아지고 피로 얼룩졌던 산하에는 새순이 돋아났다. 통한의 격정, 폭력성은 마술같은 환영과 편안한 논밭, 구릉으로 바뀌었다.
3월 2일부터 15일까지 갤러리 사비나에서 펼치는 8번째 개인전에서 그는 농촌풍경을 보여준다. 주제는 `거인의 잠'.
그러나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여전히 정치적이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묘하게 숨어있는 거인은, 거대한 산으로, 구릉으로 또 얕은 물의 모습을 한 채 자연속에 모로 눕거나 반듯하게 누운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시각적 효과를 의도한 `이중영상'의 거인은 이 땅을 일궈가는 땅의 사람들, 민중을 표현한다. 생명의 움을 틔우는 자연의 숨결이기도 하다.
평론가 최태만씨는 "이 같은 변신 역시 작가가 한때 열중했던 `동학' 주제의 연장 작업이다"고 평하고 있다.
거인을 보지 못했을 때만해도 한가로운 겨울의 전원풍경이었던 작품은, 잠자는 거인을 발견하는 순간, 마치 요술을 부린듯 의미가 달라진다. 땅에서 태어나 땅으로 되돌아간 민중들의 삶과 꿈, 역사가 보이는 것이다. 홍익대 서양화과 졸업. `민중미술15년전'`비무장지대전' 등 참여. (02)736－4371
[이화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