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무법시대(4)
기사입력 1998년 02월 25일 15시 15분
바위 위에 있는 바우가 장쇠를 한방에 보내는 동안에도 `아랫동네'는 여전히 `사자판'이었다.
이놈이 저놈을 치고, 이놈은 저놈에게 물려 낑낑거리고….
바우를 해치운 장쇠는 다시 바위로 올라가 사태를 관망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뛰어내려가 한놈 한놈 박살을 내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는 일이어서 부글부글 끓는 속을 억지로 달래고 있었다.
바우와 이미 KO된 장쇠를 뺀 나머지 수사자 5마리 가운데 단연 발군의 싸움실력을 보이는 것은 역시 킹이었다.
바우와의 결승전에서 아깝게 역전패 당한 킹은 분풀이라도 하듯 날고 뛰며 닥치는 대로 치고 물었다.
그러나 모든 수사자들이 싸움판에 끼어든 것은 아니었다.
모든 수컷들이 새로운 `판 짜기'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육박전을 치르는 동안 오직 하나 예외는 시저였다.
바우와 함께 가장 먼저 사파리에 뿌리를 내린 시저는 난장판을 피해 호젓한 곳을 찾아다녔다.
시저의 목표는 암컷이었다.
시저는 사실 누구와 이를 악물고 싸울 필요가 없었다.
자신이 `보스'로 모시는 바우가 왕위에 올랐기 때문에 현 정국에 불만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저는 괜히 싸움판 근처에 얼씬거렸다가 털끝 하나라도 다치면 순전히 손해라는 계산이 서자 일찌감치 자리를 피한 터였다.
그러나 시저에게는 또다른 노림수가 있었다.
바로 암컷이었다.
다른 사자들이 이주해오기 전까지만 해도 수시로 암컷들을 섭렵할 수 있었던 시저로서는 그동안 참기 어려운 금욕생활을 해야만 했다.
시저가 사파리에 입장하자마자 입맛을 다신 것도 봄바람을 타고 코 끝을 간질이는 암컷 특유의 살냄새였다.
시저는 냄새의 발원지를 찾아 8천여평의 사파리를 헤맸다.
울타리와 가까운 나무 밑에서는 수지가 발정기의 춘정(春情)에 겨워 몸을 나무에 비비고 있었다.
굳이 왕이 아니더라도 수컷 누군가가 나타나면 달려들 기세였다.
시저가 고개를 내민 것은 바로 그때였다.
시저와 수지는 이미 간이방사장 시절 살을 섞은 사이여서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둘은 금방 뜨겁게 달아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