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영화시장] 통화위기 아시아 국가들에 '꽁꽁'
기사입력 1998년 02월 25일 15시 15분
매년 이맘때면 전세계 영화배급업자들로 북적거리는 아메리칸 필름 마켓(AFM)이 올해는 예년과 달리 한산, 영화시장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이번 AFM에는 주요 참가국들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사정이 최악의 국면을 맞이한 탓에 참가율 또한 극히 저조한 상태.
매년 300여명의 영화관계자들이 몰려들어 영화구매에 열을 올리던 한국의 경우, 이번에는 삼성 대우 SKC 등 대기업에서는 단 1명의 담당자도 파견하지 않았다.
필름 마켓이 열릴 때마다 수십명의 담당자들이 경쟁적으로 영화구매에 나서던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양상인데, 이같은 변화는 비단 대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영화수입사나 비디오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
올 AFM에 참가하는 영화수입사는 미라신코리아 신도필름 태원예능 한아미디어 유성필름 베어엔터테인먼트 새롬엔터테인먼트 우성영화사 일신창업투자 등 10여개사로 참가인원도 30여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달러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 때문에 이미 계약된 영화의 구매가를 낮추기 위한 협상 목적으로 AFM에 참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 나잇 스탠드' 등 뉴라인 시네마의 제작영화를 4년간 한국내에서 독점배급하기로 계약한 대우 영상미디어사업부는 총 제작비의 6%로 되어 있는 구매가를 지난 해 가을 4%로 낮추는데 합의한 데 이어 이번에는 환율상승 등의 이유를 들어 또다시 2%로 인하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영화제작비의 40∼50%를 아시아시장에서 충당해온 폴리그램과 시너지, 마제스틱, 캐롤코 등의 유명 영화사들의 기획포기 사태마저 낳고 있다.
또 한국의 영화수입사를 대신해 영화구매에 나서왔던 이른바 딜러(현지 중개인)들의 입지도 위축되고 있는 실정.
`언더그라운드' `쇼걸' `증오' `브레이킹 더 웨이브' 등을 국내 수입사에 알선했던 딜러 마이클 김씨(40)는 "외화의 가격변화가 오지 않는한, 또 한국내의 극장요금이 현실화되지 않는 한 당분간 한국의 수입사들은 AFM 등 필름마켓에 흥미를 갖지 않을 것"이라며 "딜러들 역시 타산이 맞지 않아 업계를 떠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