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강만우 8단●유창혁 9단
기사입력 1998년 02월 25일 13시 41분
제4보(37∼48)＝프로란 웬만해선 대모양 바둑을 기피하는 경향이 많다.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즉 대모양이란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봇물 터지듯 겉잡을 수 없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지금 흑백간 `나의 길을 가련다'로 시작된 대모양 바둑은 부득이한 흐름이라 보여진다. 애초 이렇게 진행된 것은 백이 @의 한점을 포기한 데서 비롯됐는데, 백으로선 @의 탈출 자체를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역으로 흑으로선 백 △를 자연스레 품에 넣어 기분이 나쁘진 않지만 그 달콤함에 취해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 좌변 상대의 백진도 광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보에서 `가'정도로 흑이 하변 일대를 단속하는 것은 백도 `나'로 좌변에 말뚝을 박게 되어, 이것은 오히려 백 모양이 더 돋보인다고 설명했었다.
따라서 흑 37 좌변 침입은 시급했다. 백 38은 가장 타이트한 응수. 이에 흑은 40에 끼우는 기교 따위는 쓰지 않고 41까지 알기쉽게 좌변에 터를 잡는다.
이렇게 좌변이 무너진 이상, 이젠 백차례다. 즉 귀중한 선수를 뽑은 백은 당연히 하변 삭감 내지 파괴공작에 나서야 할 때인 것. 그런데 백 42는 뭔가. 국후 강 8단은 흑이 `다'정도로 받아 주면 그때 `가'로 삭감할 예정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백의 독단. 가일수를 하지 않아도 한수로 잡힐 좌변 흑 말이 아닌 것. 때문에 좌변에서 흑의 손뺌은 당연하며 지금이야말로 흑이 `가'로 지킨다면 흑은 선수로 좌변을 깬 셈이 되므로 대성공 아닌가.
그런데 흑 43이 지나친 욕심. 이렇게 지켜도 하변에서 별 탈이 나지 않는다면 흑 43은 승착이 되겠지만 만약 무슨 탈이 날 경우엔 그대로 패착으로 낙인찍힐 위험한 수였다. 물론 흑 43은 좌변 흑 말을 간접 응원하면서, 하변은 `라'의 뒷문이 약간 터져있는 관계로, 보다 능률적인 면을 감안한 프로고수의 선택임은 자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변을 흑이 고수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얘기. 백 44∼48은 본격적 파괴공작. 42로 위기를 맞는 백이 흑 43으로 다시 기회를 잡고 있다.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