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버스] 공짜 승객 '북적북적'
기사입력 1998년 02월 24일 15시 22분
서울 잠실에 있는 H건설에 다니는 이모씨（37）는 퇴근을 하면 회사 근처의 롯데백화점 잠실점으로 간다.
백화점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으로 가는 `공짜 버스'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 성남에 직장이 있는 강모씨（39）는 서울 역삼동 집으로 가기 위해 삼성플라자 분당점까지 가서 `강남행 공짜버스'를 탄다.
IMF와 함께 각종 교통요금과 휘발유값이 오르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IMF식 퇴근법'이다.
생활수준이 비교적 높은 분당지역은 서울 강남지역 백화점의 공략목표여서 현대 무역점, 롯데 잠실점, 그랜드, 아크리스 등에서 무료 셔틀버스 20여대를 투입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문을 연 삼성플라자 분당점은 버스 60여대로 수성（守城）에 나서는 한편 송파와 강남지역까지 버스를 운행, 원정길에 올랐다.
이 지역 백화점들이 상권 수호를 넘어 소비자를 빼앗기 위해 `버스 전쟁'에 들어가자 가장 신바람이 난 것은 분당∼강남, 분당∼송파 사이를 오갈 일이 많은 직장인과 주부들.
직장인들은 출근시간에는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오후 7시30∼40분에 떠나는 막차가 있어 얼마든지 `신세'를 질 수 있다.
또 주부들에게는 버스가 다니는 지역의 친구나 친척집에 마실다니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런가하면 서울 영등포지역의 애경백화점과 롯데, 신세계, 경방의 셔틀버스는 직장인이나 주부 말고도 중_고생들이 많이 탄다.
이 지역 셔틀버스의 노선은 영등포구를 중심으로 강서구, 금천구, 구로구 등으로 거미줄처럼 뻗쳐있어 통학하기에 알맞은 까닭이다.
학교가 끝난 뒤 영등포 중심가의 학원이나 백화점 근처에서 볼일을 본 뒤 셔틀버스로 귀가하면 집에서 받은 교통비가 순수한 잡수입으로 남기 때문에 부족한 용돈을 보충하기에 좋다.
이처럼 IMF 퇴근법으로 애용되는 백화점 셔틀버스는 사실상 유통산업발전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백화점마다 문화센터나 스포츠클럽의 회원 전용으로 운행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회원증을 일일이 검사하지 않는 데다 15분∼1시간 간격으로 돼 있는 버스시간표를 배부하는 등 오히려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어 이용객은 계속 늘고 있다.
셔틀버스를 날마다 이용한다는 회사원 최모씨（36．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는 "백화점버스는 아파트단지는 물론 지하철역 앞에도 서는 데다 아무나 태워주기 때문에 아파트주민들이 즐겨 이용한다"고 말했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