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계절도 멈춘 별천지
기사입력 1998년 02월 24일 15시 22분
이번 봄방학때 태백산에 오르면 황홀한 눈꽃을 구경할 수 있다.
전국 산중에서 상고대(눈꽃)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는 태백산은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까지 2∼3시간이면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아이젠과 방풍복 등을 준비하면 어린 자녀들과 함께 올라도 무리가 없다.
제천을 거쳐 영월을 지나고 녹전에 이를 때까지 차창밖은 완연한 봄.
그러나 백두대간을 가로지른 화방재에 이르면 계절의 시계 바늘은 거꾸로 돌기 시작한다.
태백산 도립공원 유일사 입구 매표소 앞엔 눈이 잔뜩 쌓여 있었다. 산길을 올라갈수록 봄은 아득하고 겨울바람이 극성을 떤다.
계곡을 벗어나 유일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는 봄과 겨울의 경계선.
태백산 등산의 묘미는 훈풍이 삭풍으로 변하는 이 고개부터 시작된다.
나뭇가지마다 눈꽃이 피어있으며,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유일사를 거쳐 태백 주릉에 올라서면서부터 상고대는 절정을 이룬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이 한뼘이 넘게 두터운 눈옷을 입고 늘어선 능선길.
잎사귀가 없는 참나무나 서어나무 상고대는 사슴 뿔을 닮았다.
가지가 가는 나무들에서는 얼음이 뒤덮인 수빙(樹氷)현상도 보인다.
얼음이 붙은 나뭇가지들은 바람이 불때마다 실로폰 소리를 낸다.
큰 나무가 없는 태백산 정상 장군봉(1,567@) 부근은 상고대 천지. 마치 하얀 산호가 잔뜩 자라고 있는 바닷속으로 빠져든 느낌이다.
백두대간 마룻금을 타고 불어온 사나운 북동풍 탓에 망경사로 가는 내리막길은 고행길. 바람에 섞여 날리는 눈가루에 얼굴이 따갑다.
단종비각을 지나 망경사 요사채 앞에 도착해서야 등산객들은 비로소 바람의 횡포에서 벗어나 옷에 묻은 눈을 털어낼 여유를 찾는다.
당골로 내려가는 길은 몹시 미끄럽다.
장난기 있는 등산객들이 비닐 조각으로 엉덩이썰매를 타고 지나가 반들반들해져 있기 때문이다.
문수봉 가는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 개울 물소리가 들리며 계절은 다시 봄.
그러나 무심하게 돌아가는 등산객들 뒤로 구름에 덮인 태백산의 바람은 눈보라와 함께 여전히 으르렁대고 있었다.
▲태백산 길잡이
태백산 장군봉까지 오르는 길은 크게 4가지.
단군성전이 있는 동쪽 소도동에서 출발해 반재∼망경사를 거치거나 제당골∼문수봉∼망경사를 거쳐 장군봉, 또는 북쪽의 백단사매표소에서 반재∼망경사, 유일사매표소∼유일사∼장군봉∼천제단 등이다.
정상에 이르는 가장 가까운 길은 유일사코스로 초반은 가파르지만 중반부 이후부터 비교적 평탄해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이용한다.
이 길은 태백산 관광의 핵심인 상고대가 가장 아름다운 길이기도 하다. 망경사에서 문수봉 가는 길은 평지에 가깝고 맑은 날엔 조망도 좋지만 당골로 하산하는 계곡코스에 자연휴식년제가 적용중이어서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망경사 요사채에서는 미리 전화를 해둘 경우 식사와 숙박(1만원)이 가능한데, 유명한 태백산 일출을 보려면 이곳에서 묵다 일출에 때맞춰 10분 거리의 천제단으로 가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태백산도립공원 입장료는 1천500원.
망경사 요사채 (0395)53-1567, 태백산관리사무소 (039)53-5647
▲교통안내
☞버스＝동서울터미널에서 오전 6시15분부터 오후 6시25분까지 30분마다 태백시행 직행버스가 다닌다.
태백시에서는 상동행 완행버스를 타고 백단사나 유일사입구에 하차.
☞승용차＝영동고속도로∼원주∼제천(중앙고속도로)∼영월∼상동∼유일사입구∼백단사입구∼태백. 태백까지는 제천IC에서 나오는 38번 국도와 신립 IC에서 나오는 402번 지방도로 등 길이 두개 있다.
402번 지방도로는 38번국도보다 굴곡이 심하지만 주천 등 아름다운 풍경이 많아 시간여유가 있다면 권할만한 드라이브코스다.
☞기차＝청량리발 강릉행 기차로 태백역에 하차한 후 택시나 버스를 이용한다.
기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거의 2시간 간격으로 있다. 무궁화 5편, 새마을과 통일호 각각 1편씩 모두 7편.
기차요금은 9천600(무궁화)∼1만4천600원(새마을)이며 태백역까지는 6시간 남짓 걸린다. 오후 5시에 떠나는 통일호가 가장 저렴한 6천600원.
[태백산=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