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일본은 없다' 투지 활활
기사입력 1998년 02월 24일 14시 20분
◇…외국 전지훈련을 끝내고 `구조조정'을 단행한 월드컵축구 대표팀이 이제 훈련 성과를 점검할 시험대에 오릅니다.
바로 다음달 1일 일본에서 벌어지는 제4회 다이너스티컵에 출전하는 것이지요.
지난 19일 귀국한 뒤 21일부터 국내훈련에 들어간 월드컵팀 선수들은 특히 다음달 1일 벌어지는 `3．1절 한－일전'에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나라사정이 어려운 요즘 축구를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의지도 있지만 일본과의 경기가 3．1독립항쟁 기념일에, 더군다나 적지에서 벌어진다는 점이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차범근 감독도 한－일전에 대비해 일본에서 뛰고 있는 홍명보 하석주 김도훈 등 3인방을 긴급 호출해 놓은 상태입니다.
◇…월드컵축구대표팀의 응원단인 `붉은 악마'가 다이너스티컵 한－일전에 응원단을 파견한다죠.
◇…그렇습니다. 이번 응원단은 총 45명인데 10명은 경기전날 한국에서 떠나고 현지 유학생 위주로 구성된 나머지 35명은 경기장에서 합류하기로 했답니다.
`붉은 악마'는 당초 이번 다이너스티컵에 대규모의 응원단을 보낸다는 계획이었지만 `IMF 한파'로 많은 회원들이 함께 가지 못하게 됐다는군요.
하지만 재일교포 600여명이 `붉은 악마'와 함께 응원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날아오고 있어 한국 응원석은 그다지 썰렁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붉은 악마' 회원중 일부가 여권발급 절차가 까다로워 일본행을 포기했다지요.
◇…네. `IMF 한파'이후 해외여행을 자제시키려는 관계당국의 조치로 군미필자는 여권발급 신청때 학교장의 추천서나 재직증명서, 신원증명서를 제출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서류발급이 뜻밖에 오래 걸리자 일부 군미필자 회원들은 일본행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붉은 악마'측은 "일본에 가려던 10명이 모두 열성회원들인데 함께 못 가 아쉽다"며 무척 서운해 하더군요.
◇…프로팀들의 해외 대회 출전으로 바쁜 한주이기도 했죠. 먼저 제1회 극동아시아클럽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부산 대우의 뒷얘기부터 들어볼까요.
◇…부산 대우의 이차만 감독이 월드컵대표 최영일과 이민성의 관리에 애를 먹었다죠.
◇…네. 대회가 벌어진 중국 상해로 이들 `붉은 전사'를 불러들인 이감독은 두사람이 행여 부상이라도 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이 당장 다음달 1일 일본에서 벌어지는 다이너스티컵에 주전으로 출전하는데 만약 다치기라도 하면 월드컵팀 전력에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최영일이 상해 신화와의 마지막 경기서 코를 다쳐 병원으로 실려가는 사태가 발생해 이감독을 잔뜩 긴장시켰습니다.
다행히 단순 타박상으로 밝혀져 이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만약 일이 커졌다면 이감독 입장이 상당히 난처해질 뻔 했습니다.
◇…대우－상해전은 태국 주심 퐁타톤의 편파판정으로 경기가 매우 과격해졌습니다.
특히 후반전엔 한국이 페널티킥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3번이나 나왔는데도 심판이 전혀 휘슬을 불지 않으니 피가 끓는 젊은 선수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경기가 끝난 후 두팔을 걷어붙이고 주심을 향해 달려든 것이지요.
이를 본 코칭스태프와 노장 선수들이 깜짝 놀라 재빨리 중재를 했기에 망정이지 정말 큰 일 날뻔 했습니다.
이차만 감독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선수들을 많이 야단쳤지만 말려놓고 보니 생글거리며 웃고 있는 태국심판이 그렇게 얄미워보일 수가 없더라"며 후회（?）하는 눈빛이 역력하더군요.
◇…하지만 처음 창설된 이번 대회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죠.
◇…그렇습니다. 우선 극동아시아의 최강클럽들이 모여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화제였고, 출전팀 모두 우승상금 20만달러를 노려 베스트멤버를 풀가동하며 최선을 다한 플레이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행정력이나 대회 조직력은 수준이하였습니다.
높은 축구열기를 자랑하는 중국에서 개최됐지만 이번대회 평균관중이 고작 3천명에 그쳤고 부정선수가 적발되는가 하면 편파판정으로 경기가 끝난 후 주심과 선수간에 주먹다짐 일보직전까지 가는 험악한 장면이 많이 연출된 것이지요.
첫대회라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앞으로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한다면 다음 대회부터는 좀더 틀이 잡힌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 나리라는 생각입니다.
◇…진흙탕이 된 구장에서 열린 국제대회를 들어 보셨습니까.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계속된 98투르크메니스탄국제축구대회가 그 현장이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해 출전한 울산 현대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과의 예선경기를 맨땅인 아슈하바트 다그단구장에서 가졌던 것입니다.
원래 잔디가 깔렸던 다그단구장은 관리소홀로 맨땅이 되었는데 경기 무렵에는 내린 눈마저 녹아 아예 장마철의 진흙탕처럼 변해 있었답니다.
이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현대선수들은 부상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릴 수 밖에 없었던 거지요. 결국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현대는 4위에 머물고 말았습니다.
◇…울산 현대가 투르크메니스탄에 쌀밥을 전수했다지요.
◇…그렇습니다. 현대선수들이 묵은 아슈하바트 서더렐호텔이 양식을 내놓자 정종수 코치와 김영국 주무가 직접 주방에 들어가 밥을 짓는 요령을 지도했던거죠.
이후 식탁에는 쌀밥이 올랐는데 처음에는 찰기가 없어 먹기가 거북했으나 3∼4일 지나면서 한국의 식당에서 나오는 밥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되었답니다.
현대가 귀국할 때쯤에는 주방의 이탈리아 요리사들과 러시아인 종업원들이 입에 밥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정리＝최성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