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웅] 대세(8)

기사입력 1998년 02월 24일 14시 19분


감숙성의 수비대장 요문태는 한인세후 출신으로 백성들의 명망을 얻고 있는 장군이다. 윤의충이 감숙성 병마절도사로 부임해 온지 한달이 되어갈 무렵이었다.

청으로 들어선 그는 윤의충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대도독께 드릴 말씀이 있소이다."

"하라."

"주위를 물리쳐 주시오."

머리를 끄덕인 윤의충이 손을 젖자 청안의 관리들이 물러갔고 둘만 남았다.

요문태는 30대 후반이었는데 지용(智勇)을 겸비한 사내였다.

카라차르가 남송 정벌군을 이끌고 한수쪽으로 남하 했을때 감숙성의 수비를 믿고 맡긴 장수인 것이다.

요문태가 입을 열었다.

"대도독께서 북방군 총사령이 되셨으니 북방의 하이도와 곧 자웅을 겨루시게 될것입니다."

"그렇겠지."

"하이도의 군세는 기병만 30만이오. 태풍처럼 휩쓸고 지나면 풀한포기 남지 않을 것이오."

"땅이 고르면 그럴 것이야."

눈을 치켜뜬 요문태가 윤의충을 바라보았다.

"감숙성 군세는 주위 행성의 지원을 받았다하나 기병 5만에 보군 10만이 조금 넘소이다. 전쟁이 시작되면 무고한 백성들의 피해가 더 커질 것이오."

"전쟁이 일어나면 당연한 일이다."

요문태가 긴장한듯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씻었다.

"대도독께서 결단을 내리신다면 백성들이 따를 것입니다."

"어떤 결단 말인가?"

"성 안에는 널리 소문이 퍼져 있소이다. 대도독께서 하이도와 동맹을 맺고 감숙성을 중심으로 제국을 세우신다는 소문이오."

그러자 윤의충이 빙그레 웃었다.

"나도 들었다. 그것은 하이도의 첩자들이 퍼뜨린 소문이야. 원제국과 나를 이간 시키려는 수작이다."

"기회가 좋소이다."

요문태가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원제국은 지금 남송정벌로 군력을 나눌 처지가 아닌데다 하이도는 대도독과 제휴하기를 원하고 있소이다. 이때 일어 선다면 대도독의 위치는 반석같이 굳어질 것이오."

"그리고 감숙행성의 백성들이 전화를 입지 않는단 말이렸다."

"그렇소이다. 백성들은 대도독의 은정을 잊지 않을 것이오."

"백성들에 대한 네 배려는 알겠다."

머리를 끄덕인 윤의충이 부드럽게 말했다.

"내가 고려인이라 감히 그렇게 말하는 것도 이해하겠다."

"우리는 대도독의 원한도 알고 있소이다."

"나는 군사를 이끌고 북진할 것이다."

놀란듯 눈을 둥그렇게 뜬 요문태에게 그가 말을 이었다.

"전장을 북쪽으로 옮긴다는 것이야. 우리가 패한다면 하이도의 군사는 빈 감숙성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백성들의 피해는 없다."

"아군 군세가 약하오."

"군사 숫자로 군세를 말하지 말라."

윤의충의 말투가 엄격해 졌다.

"말 먹이가 충분한 6월이면 곧 군사를 일으킬 터이다. 그리 알도록."

요문태가 청을 나가자 부사령 에르케가 뒤쪽 장막을 들치고 나왔다.

"대도독, 놈은 하이도의 첩자 같소이다. 베리까?"

"한인 백성을 생각하는 세후일 뿐이야. 내버려둬라."

쓴웃음을 지은 윤의충이 의자에 등을 기댔다.

"큰것을 보지 못하고 눈앞의 것만 본다고 벨 수는 없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