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직격인터뷰] 괴물타자 박재홍
기사입력 1998년 02월 23일 15시 58분
1m77, 82㎏. 폭발적인 손목힘, 도전적인 눈동자.
하일성위원이 만난 2월의 마지막 이야기 손님은 현대 박재홍（25）이다.
위기의 국내 프로야구를 구해낼 슈퍼스타.
팀은 플로리다로 전지훈련을 떠났지만 부상 치료를 이유로 국내에 남은 박재홍은 현재 경기도 원당구장서 재활 트레이닝에 땀을 쏟고 있다.
하일성위원（이하 하）:플로리다에 있어야할 사람이 여기 웬일이니.
박재홍（이하 박）:허리와 무릎이 안좋아요. 심한 부상은 아니지만 무리하지 않으려고 남았습니다. 프로 2년 해보고 나니, `선체력 후기술'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하:한게 뭐 있다고 밤낮 아픈거야. 작년에도 재홍이가 아픈 바람에 현대가 고생했는데, 혹시 몸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냐.
박:첫해 겨울훈련이 제대로 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것 같아요. 그게 누적이 됐는지 작년부터 허리가 말썽입니다.
하:30－30 욕심에 도루를 너무 많이 하더라. 체격이나 슬라이딩 자세로 볼때 박재홍에겐 30도루가 무린데.
박: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많아 허리에 무리가 가죠. 후크 슬라이딩을 집중적으로 익히고 있지만, 일단 올해는 덜 뛰려고요.
하:팀의 대들보라면 한시즌 110게임은 베스트로 뛰는게 의무야.
박:첫해에는 잘됐는데….
하:야구를 첫해만 하는 것 아니지.（웃음） 장가가야 허리병 낫는 거 아닐까.
박:결혼하면 마음이 느슨해질 것 같아요. 야구 좀 더 잘하고 천천히 하겠습니다.
하:연봉은 제대로 받았지.（5천만원에서 7천만원으로 인상）
박:제 양에 차진 않죠. 올해 저도, 우리 경제도 열심히 뛰어서 내년에는 큰 성장을 이뤄야죠.
하:아마때 투수와 내외야를 두루 거쳤잖아. 특히 적성에 맞는 포지션이 있을텐데.
박:투수가 매력이 있죠. 허슬플레이를 펼치는 3루수도 좋아했어요. 3루를 맡으면 절로 파이터가 돼요.
하:프로에서 투수할 생각은 없었나.
박:처음에 욕심이 있었는데 여건이 안됐죠. 현대가 워낙 마운드가 탄탄하고 타격이 약했으니까. 3루와 외야 중에 고르라길래 3루수라고 대답했어요. 근데 당시 권준헌 선배가 3할타자라 외야가 맡겨졌죠. 희망대론 안됐지만 타격에 집중할 수 있으니 외야수도 좋습니다.
하:이종범 이상훈이 부럽겠지. 근데 나가서 제대로 적응을 못하면, 해외 진출이 오히려 선수 생명을 단축시킬 위험도 있어.
박:실패 확률이 높더라도 기회만 되면 누구나 해외로 나가고 싶을 거예요. 딴 걱정 없이 속 시원하게 뛰어보고 싶잖아요. 사실 우리 선수들은 국내 프로야구의 틀에 반감이 많습니다. 구단과 맞서면 무조건 진다는 피해의식도 크고. 결국 한국 야구가 이상한 모양새가 됐죠. 우리 톱스타는 외국에 내보내고, 거기 2류선수들을 돈주고 데려오고.
하:너도 튈 생각하는구나.
박:제 처지에서 그런 얘기는 시기상조예요.
하:여유있는 표정과 말투가 벌써 어디랑 접촉한 것 같은데.
박:전혀 아닙니다.
하:현대 우승 한번 시켜야지. `괴물타자' 이름값도 있는데.
박:그래서 올해는 개인 타이틀 욕심이 모두 2순위예요. 팀이 우승해서 감독님 헹가래 치는게 꿈입니다.
하:광주팬들은 김성한 선동열 이종범의 빛고을 대스타 계보를 박재홍이 이어주길 바랐지. 인천팀으로 간 것에 미련은 없니.
박:고향 버리고 갔다는 얘기 들을 때 가장 섭섭해요. 전 정상의 팀보다 새로운 팀에서 함께 자라고 싶었습니다. 어디에 가있든 똑같이 야구하는 거잖아요. 그냥 야구선수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하:김재박감독이 선수들에겐 말수가 적지.
박:말씀을 잘 안하시니까 의중을 모르겠어요. 그래도 신기할 만큼 순간순간 교감이 돼요. 예를 들어, 풀카운트서 자꾸 파울이 날때 문득 벤치를 쳐다보다 감독님과 눈빛이 맞으면 다음 공에 홈런을 쳐요. 날 믿고 계신다는 느낌이 팍 온달까, 그게 힘이 되는 모양입니다.
하:타석에 들어갈 때 볼배합을 미리 예측하는 편이니.
박:타격 습성에 관한 건 비밀인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수싸움에는 어느 정도 자신있어요.
하:그럼 OB 박명환이 무섭겠구나. 어디로 들어올지 모르니까.
박:만만찮은 상대죠. 컨트롤 때문이 아니라 명환이 공이 진짜 좋아요. 메이저리그 가서 배웠을때 찬호 만큼 될 재목이라면 전 명환이를 꼽겠어요. 이 소리 들으면 명환이가 밥 살까.（웃음）
하:외국인 선수들이 전훈 캠프서 무시무시하게 장타를 날린다더라.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박재홍이 기껏 12만달러 짜리들 한테 질순 없잖아. 몇백만달러 짜리도 아니고.
박:저야 자신있죠. 외국인 선수가 들어와서 우리 선수 힘 못쓴다는 소린 들어서도 안되고, 듣지도 않겠습니다.
하:프로는 결국 스타 싸움이야. 재홍이 몫이 크다. 몸관리 잘하고 항상 노력하는 톱스타의 모습을 보여줘야지.
박:열심히 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리＝이승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