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PO진출 우리에게 물어봐'
기사입력 1998년 02월 23일 15시 58분
◇…지난주 대우 동양 등 플레이오프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팀들이 티켓사냥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 동안 우승이 사실상 확정된 현대 신선우 감독도 그들 만큼이나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신감독의 고민거리는 바로 우승 잔치를 언제 벌이느냐는 것이었지요.
◇…현대는 우승 매직넘버 `2'에서 나래전（19일）과 대우전（21일）을 남기고 있었는데 이 경기에서 모두 이길 경우 21일에 우승 샴페인을 터뜨리게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21일에 우승을 하게 되면 거창한 축하행사를 준비해온 현대로서는 스케줄이 엉망이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21일은 서울경기인데다 스포츠 3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일간신문들이 휴간하는 날이어서 김이 빠질게 틀림없었던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감독은 `고의적으로 질 수도 없고, 또 2경기 모두 이기자니 우승이 퇴색되고…'하는 고민 속에서 장고를 거듭했는데 다행히 나래에 패하고 대우에 승리해 최악의 우승 시나리오는 면하게 된 것이지요.
더구나 지난 22일 LG가 나산에 승리하는 바람에 매직넘버 `1'을 그대로 유지해 신감독은 여러가지 난관 끝에 바람대로 24일 대전 홈코트에서 벌어지는 SBS전서 우승 축배를 노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처럼 행복한 고민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경기가 거듭될수록 원성을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심판들이지요. 지난 17일 대구에서 벌어진 동양－나산전은 심판들 때문에 난장판이 됐습니다.
매끄러운 경기운영이 최우선 과제임에도 이날 심판들은 경기의 맥을 자주 끊어놓는가 하면 명백히 잘못된 판정에 대해서도 수긍하지 않는 등 프로농구 심판으로서 자질이 의심될 정도였습니다.
특히 정당한 항의에 대해서도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며 테크니컬파울을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또 21일 수원에서 벌어진 삼성－나산전 4쿼터에서 골밑을 파고들던 삼성 김희선이 나산 브루소에게 얻어맞았는데도 오히려 김희선에게 파울을 주는 어처구니 없는 광경을 연출하더군요.
사정이 이쯤되자 일부에서는 "IMF 한파 때문에 백지화됐던 외국인 심판 기용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플레이오프 티켓을 놓고 중위권팀들의 애타는 1승 사냥이 계속된 가운데 지난주 9위팀 삼성과 최하위팀 SK의 `고춧가루 뿌리기'가 유난히 맹위를 떨쳤습니다.
삼성은 갈길이 바쁜 7위 나산의 발목을 잡았고, 꼴찌팀 SK도 4강 직행을 노리던 대우를 울린거죠.
특히 SK의 막판 뒷심은 다른 구단들에 공포의 대상이 됐는데 지난 19일 나래－현대전이 벌어진 원주 치악체육관에 SK 안준호 감독이 찾아와 나래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안감독은 "목표인 두자리 승수를 기필코 달성하기 위해 21일 나래전을 앞두고 전력 탐색 차원에서 왔다"는 저승사자와 같은 발언을 해 나래측의 가슴을 더욱 졸이게 했습니다.
결국 SK는 21일 나래와 연장 혈투끝에 3점차로 패했지만 중위권팀들을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습니다.
◇…대우농구단 전원은 지난 21일 현대전 4쿼터서 아마 평생 잊지 못할 망신을 톡톡히 당했습니다.
4쿼터 10분 동안 단 2득점 밖에 올리지 못한 것이지요. 당시 대우는 10개의 야투와 7개의 3점슛을 던져 단 1개도 성공시키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우지원이 자유투 2개를 넣어 가까스로 무득점만은 면했을뿐입니다.
◇…이 한쿼터 최소득점기록은 NBA（미국프로농구）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기록（?）으로 앞으로 당분간은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NBA에선 지난 97년 4월6일 댈러스가 LA레이커스전에서 3쿼터서 2득점에 머물렀었죠. 또 4쿼터 최소득점만으론 NBA（6득점）를 오히려 압도（?）했습니다.
◇…대우의 망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12명 출전엔트리에도 없는 선수를 출전시켜 벤치 테크니컬파울을 받는 해프닝까지 연출했던 것이지요. 4쿼터 종반 엔트리에서 빠져 있던 곽기완이 코트에 나서 20초 정도 뛴 것입니다.
기록석의 지적에 따라 곽기완은 벤치로 물러났고 대우엔 파울이 내려졌습니다. 이를 두고 주위에선 극심한 슛난조에 시달리면서 대우 벤치의 판단력이 흐려졌던 모양이라고 혀를 찼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대우 코칭스태프는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허탈한 심정을 서로 위로했다는 후문입니다.
◇…나래 코칭스태프는 요즘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답니다.
최근 한 일간지에 나래 윌리포드와 주희정의 신상명세가 실렸는데 원주 숙소의 전화번호가 함께 나갔던 게 화근이었죠.
하필 감독 코치의 방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는군요. 이 바람에 일부 극성팬들이 심야 새벽 등 때를 가리지 않고 전화공세를 펴고 있답니다.
팬들의 성화로 잠을 설치는 적이 많아지자 나래 코칭스태프는 취침시간 동안 전화선을 아예 뽑아놓거나 수화기를 내려놓고 있다고 합니다.
또 전화번호를 새로 바꿀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에 열린 KBL（한국농구연맹） 재정위원회 결정을 놓고도 말들이 많습니다.
재정위원회는 이날 지난 17일 동양전서 심판판정에 항의했던 나산 황유하 감독에게 2경기 출전정지와 50만원의 벌금 징계를 내렸고 원인 제공자인 심판에게는 1주일 심판배정 정지처분을 결정했습니다.
얼핏 중징계처럼 보이는 1주일 배정정지는 심판들이 매주 1∼2경기에만 배정되는 현실에 비쳐볼 때 1경기 배정정지와 같은 징계라는 게 프로농구계의 여론입니다.
특히 심판 S씨는 올시즌 이미 1경기 배정정지 징계를 받은 적이 있어 가중처벌 대상임에도 재정위원회가 교묘한 말장난을 하며 면죄부를 준 셈이지요.
◇…화제를 여자농구로 돌려볼까요. 지난 21일 열렸던 여자농구팀 단장 간담회는 어떻게 됐습니까.
◇…대한농구협회가 고사위기에 몰린 여자농구를 살리기 위해 긴급소집했던 여자실업과 금융팀단장 간담회는 각팀 단장들이 참석을 거부해 무산됐습니다.
서울 르네상스호텔 호라이즌클럽에서 가진 조찬회동에는 농구협회 관계자들과 이미 해체된 서울은행 단장과 조만간 해체를 통보할 것으로 알려진 상업은행 단장만이 참석해 여자농구의 분열상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특히 최현열 대한농구협회장도 금쪽같은 시간을 내 이날 모임에 참석했다가 비싼 아침식사만 먹고 빈손으로 돌아갔다는군요.
이날 간담회 참석을 거부했던 단장들은 "여자농구가 빈사상태에 놓일 때까지 협회가 한 일이 뭐냐"면서 "이제와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간담회'다 `대책회의'다 수선을 떤다"고 협회를 비난하더군요.
[정리＝이사부 기자]
